2일 뉴델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모디 총리.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의 여러 문제 대부분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에게 더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 연설)
"주요 20개국(G20)에는 성장·효율 그리고 회복력 간 균형을 찾아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있습니다. 인도는 G20 의장국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G20 외교장관 회의' 연설)
인도가 올해 개최한 주요 국제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 연설이다.
지난 1월 12일 화상으로 열린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 회의에는 120여 개발도상국 대표가 참여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서구 선진국, 식민 지배국 중심의 '글로벌 노스'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남반구에 주로 몰려있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지칭한다.
G20은 세계 주요국이 모두 참여해 국제경제와 금융질서를 논의하는 최상급 협의체다.
회원국은 주요 7개국(G7)과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 그리고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유럽연합(EU) 등이다. 대부분 선진국이거나 중진국 이상의 위상을 가진 나라들이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이어 지난 1∼2일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각각 반영하는 굵직한 행사가 불과 몇 달 만에 인도 주최로 잇따라 열린 셈이다.
이런 '광폭 외교 행보'와 관련해 인도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架橋) 노릇을 하며 국제무대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 재단(ORF)의 연구원 샤이리 팔호트라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분열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우려를 옹호하면서 그들의 주장을 G20 의장국으로서 더욱 증폭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 시대에도 제3세계의 맹주를 자처한 바 있다. 1955년 반둥 회의로 촉발된 비동맹 운동을 이끌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성장하는 경제와 14억 인구를 앞세워 존재감 과시와 실익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셈이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도가 단순한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자동맹 외교를 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인도는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 협의체 쿼드의 회원국이자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속한 상태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인도는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SCO 회의도 주관할 예정이다.
특히 인도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3연임을 노리는 나렌드라 총리가 외교성과 확보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오는 2030년 즈음이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인도가 외교 분야에서도 '체급'을 크게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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