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고문 후유증 순직…국가유공자 인정에도 유족연금 등 못 받아
'5·18 숨은 영웅' 안병하 치안감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국민을 지키는 본분을 다하다가 고초를 겪은 공직자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보상받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소송 취지를 밝혔다.
안 치안감의 부인 전임순 여사와 아들 3명은 2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가족들은 강제 해직 및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안 치안감 본인의 위자료와 가족들의 위자료, 국가가 미지급한 유족연금 등 5억6천만원 상당을 청구했다.
안 치안감은 전남도 경찰국장(현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월 시위대를 겨냥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다친 시민들을 치료했다.
이로 인해 직위 해제된 뒤 5월 26일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8일간 고문을 당한 뒤 6월 2일 강제 사직당했다.
안 치안감이 집에 돌아와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신장 악화로 혈액 투석을 받게 되자 노모와 부인까지 병이 났다.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안 치안감은 노모가 돌아가신 지 채 100일이 안 된 1988년 10월 10일 끝내 숨졌다.
'5·18 숨은 영웅' 안병하 치안감 |
숨진 안 치안감을 놓고 가족들은 공직자로서 국민을 지키려고 한 일이라며 주변의 5·18 유공자 신청 권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순직 인정·국립묘지 안장 등을 모두 거부당하자, 2003년 5·18 유공자로 신청해 인정받았다.
이후 2006년에야 순직 경찰로 등록되면서 국가유공자로도 인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안 치안감 유족에게 퇴직급여만 지급하고 공무원법에 보장된 유족연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또, 국가유공자 인정에 따라 5·18 유공자에서 제외돼, 5·18 보상법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등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5·18 발포 거부' 고문당한 안병하 유족 소송 제기 |
이번 소송은 안 치안감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던 5·18 피해자이자 유공자들의 권유로 시작했다.
아들인 안호재 안병하인권학교 대표는 이번 소송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소임을 다한 아버지와 동료 경찰관들의 명예 회복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안 대표는 "공직자의 삶이 잘못한 게 없어도 책임져야 하는 그런 것인 줄 알았다"며 "왜 하라는 대로 안 해서 모든 걸 잃으셨는지, 아버지가 무능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해직된 동료들이 억울함을 해소하고자 우리 집에 자주 와 실상을 알게 되면서 진실을 바로잡고자 노력했다"며 "이후 제 가족은 일부라도 명예를 회복했지만, 아직도 억울함 속에 사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바른 공직자가 불이익을 당하면 정부가,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 이번 소송이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족의 법률대리를 맡은 임선숙 전 광주지방변호사회장은 "정부가 뒤늦게 안 치안감을 유공자, 경찰 영웅이라고 했지만, 강제 해직과 고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고 사과나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국가폭력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앞으로도 공직자들이 부당한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본인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이번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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