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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때문에 제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 데카와 계약해 이렇게 음반이 나온 것도 그중 하나다. 또 영화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다."
지난 24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에서 '리슨(Listen)'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매한 정재일 음악감독(사진)의 말이다. 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0여년간 다른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작년에 데카에서 당신만의 것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앨범을 냈다 역량 부족을 깨닫고 포기한 적이 있어 망설였으나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것을 바탕으로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했다.
정재일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다. 가요뿐 아니라 재즈와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했다. 2021년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번 앨범은 피아노 중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펼쳐낸다. 만 3세에 피아노를 배운 그는 "피아노는 제 모국어나 다름없다"며 "첫 음반이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리슨'에는 선공개 싱글 '더 리버'를 비롯해 '리슨' 등 총 7곡이 수록됐다. 앨범명 '리슨'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겼다. 그는 "내 안의 목소리뿐 아니라 사람들, 또 자연과 지구가 하는 말도 듣고 싶었다"며 "팬데믹과 이에 따른 비극적 이별, 그리고 전쟁이 터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듣는 귀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의 음악은 클래식 작곡가의 영향까지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제 기억 속 처음 좋아한 클래식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또 펜데레츠키의 '히로시마를 위한 애가'는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르보 페르트, 진은숙 등의 현대음악가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10~20대 시절 유난히 어두운 음악에 끌렸다는 그는 "슬픈 음악, 슬픔에 웃음이 있는 음악에 점차 빠졌다. 동시에 시네마테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 학습하고 느낀 것을 밑천삼아 아직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재일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음악을 사랑했으나 시작은 노동이었다. 지금도 예술이라는 게, 수많은 노동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앞서 서울시향의 차기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은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재일은 "제가 대학에서 음악을 배운 게 아니라서 근본이 없다. 그들의 예술적 경지를 맞출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동시에 근본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위촉곡을) 해보라고 하면 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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