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적극 관여 안 해 지난 총선 패배
안철수 등 외연 확장 도움 되면 포용
당 흔드는 사람과는 같이 못 가
"김기현 당선 땐 '이재명2' 될 것"
김, 이준석에 손 내밀려 기대기 정치
후보 사퇴하고 의혹 규명부터 해야
대통령과 소통, 뜻 존중하면서 조율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3ㆍ8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가 22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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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황교안 후보는 이미 많은 걸 이룬 정치인이다.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 행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이어 최고 책임자를 지냈다.
영예만큼 큰 멍에도 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했고, 2020년 치러진 4ㆍ15총선 패배의 책임을 짊어졌다. 그는 2021년 2월 출간한 ‘나는 죄인입니다’를 통해 “가슴 찢는 사죄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며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기엔 경험과 스킬(기술)이 부족했다”고 참회록을 썼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당권 도전에 나섰다. 황 후보는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8번 실패했지만, 9번째 성공했다”며 “‘못 해서’가 아니라 ‘안 해서’ 실패했다. 실패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전대 승리 의지를 다졌다.
2017년 1월 황교안(오른쪽 사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미 동맹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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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당이 잘하면 나설 필요 없었다. 소명이자 사명감”
-이미 당대표를 지냈다. 전대 도전으로 얻을 실리가 있나.
“실리는 없다. 당이 잘하면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싸울 줄도 모르고, 정책도 제대로 못 만든다. 사람도 다 빠져나가고 있다. 당을 살리기 위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다시 출마했다. 어떻게 보면 소명, 사명감이다.”
-공천 실패로 21대 총선에서 패했단 평가가 적지 않다.
“공천을 잘못했다. 그 때문에 사과하고,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책도 썼다. 다만 당대표가 됐을 때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됐지만, 폭망할 것이라던 총선에선 35% 넘게 득표했다. 과거의 실패는 공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실패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22대 총선 승리를 위한 공천의 핵심이 뭔가.
“이기는 공천이다. 경제도 민생도 살리는 공천을 해야 한다. 우리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도 꼭 중용해야 한다. 밖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좋지만 우리 안에서 인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승리의 길을 아니까, 그 길을 가겠다는 거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후보.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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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저격하며 국민의힘 전대 최고의 ‘신스틸러’로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황 후보의 선전을 전망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견고한 고정 지지층이 있지만, 그로 인해 지지층의 공통 분모인 '4ㆍ15부정선거' 이슈에 매몰된 것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밋밋할 뻔했던 전대의 최고 신스틸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도 빠르게 올랐다. 친윤 단일 후보로 여겨지는 김기현 후보를 토건비리 의혹으로 저격한 게 주효했다.
-김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당대표 자격이 없다는 말인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다면 정리해야 한다. 진상규명이 안 됐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당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재명2’가 될 수 있다. 당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 사퇴하라는 것이다. 정계를 은퇴하라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김 후보와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은 아닌가.
“김 후보는 지금 ‘기대기 정치’를 하고 있다. 처음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었다가 지금은 유승민ㆍ이준석에게까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기겠다며 기대기 정치를 한다. 원내대표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당대표로서는 아니다.”
-‘정통 보수’를 앞세우는 게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통 보수는 중도를 포용한다. ‘광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최저임금, 기초연금 모두 보수 정권에서 했다. 법무부 장관 때 ‘마을변호사 제도’를 만들었다. 법률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 마을에 무료 변호사를 두는 제도다. 사실 보수가 더 따뜻하다. 국민의 마음을 파고드는 ‘참진보’(참된 진짜 보수)가 보수다.”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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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다시 뺏기면 경제ㆍ안보도 폭망… 보수 정권 30년 집권해야”
황 후보는 민주당에 다시 한번 정권을 뺏기면 경제도 안보도 망가질 수 있다며 ‘보수 정권 30년 집권론’을 제시했다.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충분히 조율하고, 정말 뜻이 다르다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소통을 자신했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 진영을 향해선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공격했다”며 “외연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됐냐”고 반문했다.
-황 후보와 천하람 후보의 선전에 전대 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 얘기(김 후보를 향한 공세)에 마음 아픈 사람이 생길 수 있지만, 개인에 대한 감정을 갖고 하는 게 아니다. 안철수 후보도 우리 당의 외연 확장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대가 끝나면 다 포용해야 한다. 다만 도저히 같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암이란 건 치료해도 재발할 수 있다. 정통 보수가 우리 당을 지켜나가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총선에서도 내가 험지(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가장 어려운 지역에 나서겠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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