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사장님 정모(38) 씨는 술값 인상 소식에 대해 묻자 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주류인 소주와 맥줏값 인상이 예고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인 주세가 리터(ℓ)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소주 또한 생산 비용이 올라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
원가는 100원가량 인상되더라도 이는 물류비, 인건비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결국 판매가는 1000원가량 오른다. 지난해 소주 출고가가 1병당 85원 인상되면서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병당 1000원가량 오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소주 가격이 60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주점 냉장고에 들어있는 주류들.[사진=뉴스핌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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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표했다.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서민경제가 안 좋은데, 술값 인상으로 인해 그나마 있는 손님 발길도 끊길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강남 쪽은 이미 6000원을 받고 있다"면서도 "동네 장사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500원만 올려도 손님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오는 단골들은 하나같이 얼마 올릴지 물어보던데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시름을 표하는 업자들이 많았다. "식자재값은 올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하면 되는데 술값 인상은 방법이 없다"는 반응부터 "난방비, 전기세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안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동네 분위기를 따라갈 것"이라거나 "눈치 보여서 못 올리겠다. 그래서 그냥 유지할 생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 서민들의 술 소주와 맥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21일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주류코너의 모습. 2022.02.21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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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 인상 소식에 대해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부정적 반응은 컸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직장인 백재훈(30) 씨는 "회식처럼 내 돈이 드는 경우가 아니라 친구가 퇴근 후 한잔하자고 한다면 이젠 거절할 것 같다"고 , 대학생 조모(26) 씨 또한 "평소 술도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 가격까지 오른다니 굳이 안 사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술을 즐기는 이들 중에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함께 오른다면 맥주는 시키지 않고 소주만 시켜 먹겠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직장인 이한솔(30) 씨는 "현실적으로 1000원 오른다고 술자리 횟수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며 "비싸니까 소맥은 먹지 말자는 주의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차라리 웃돈을 보태 하이볼이나 위스키를 사 먹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김연수(31) 씨는 "차라리 가성비 좋은 위스키를 즐기겠다"고, 전모(30) 씨도 "소주 6000원이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며 "차라리 하이볼을 마시겠다"고 밝혔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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