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공급망 구축 등 한일 양국이 경제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 국익의 차원에서 양자 간 협력을 재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문재인-아베 신조시대가 막을 내린 만큼 한일 양국의 새로운 정상들이 셔틀 외교(정상회담)를 복원하고 갈등보다는 국익에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22일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의 국력과 높아진 국제 위상을 고려하면 일본을 널리 활용하는 실용적인 접근, 즉 용일(用日)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 규모나 기술 수준 등을 볼 때 지금이 한일 관계에 있어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 우위에 도달한 시기"라며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의 프레임을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일본을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문재인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있어서 일본 의존을 극복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 통계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 센터장은 "수입이 줄어든 품목은 거의 없고 되레 늘어난 품목이 대부분"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한일 양국 모두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많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정부가 판단하는 중요물자 중 △일본에서의 조달이 중요한 품목 △한국이 일본의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 △제3국에서 공동으로 조달하는 것이 유리한 품목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위한 양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양국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한일 경제파트너십협정(EPA)을 통한 교섭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EPA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논의를 포괄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 경제협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선행돼야 하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제3차 변제'라는 해법을 들고나온 한국보다는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일본이 한국 정상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수출 규제 문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진창수 센터장은 "일본이 해야 할 일은 한일간 셔틀 외교를 재개하고,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해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서 자신들의 협의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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