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있는 파이 갈라 먹는 '민주당식 사고'"
"윤핵관, 대통령 이용... 尹에 붙어 정치생명 연장"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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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지난 2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가장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게 움직이는 사람은 천하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표가 될 경우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윤석열 대통령이지, 이준석 전 대표가 아니라고도 했다.
내년 총선에선 '인물 경쟁력'을 앞세워 선거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는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 "윤핵관 퇴진이나 컷오프도 최대한 질서 있게,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할 생각"이라며 "만약 프로세스에서 살아온다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해 정치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쟁 상대인 김기현·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누가 공천을 하든 (21대 총선의) 황교안 후보의 과거 공천과 크게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후보를 겨냥해 "본인 색깔을 잃어버렸다"며 "'울산 이재명'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김 후보나 당에 모두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음은 천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오래된 당원, 대구·경북(TK) 지역 당원일수록 계파정치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다. 그 심리를 잡을 수만 있으면 '당의 정신'이 나한테 온다. 원칙 있는 패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번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우리 당이 미래로 나아가느냐,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느냐' 갈림길에 있는 선거다. 당의 미래가 저한테 달렸기 때문에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다."
-이준석 전 대표 그늘에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지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로 상징되는 개혁 세력이 저를 지지해 준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이 갖고 있던 지지율보다 더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혁이라는 방향성, 선명성만 보고 지지할 뿐 아니라 '천하람 괜찮다, 개인적으로도 매력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구에선 '이준석보다 백배 낫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까지 반사체 역할이 많았다면, 이제부터는 발광체로 가고 있는 단계다. 또 좋은 것이라면 이준석이 아니라 이준석 할아버지가 한 것이라도 갖다 쓰겠다. 다만 이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것도 결코 성역이 아니라고 본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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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당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대통령이지, 전직 당대표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성 비위 관련 증거가 나오면 컷오프는 물론이고, 더 심한 징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수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징계 해제를 검토하고, 상임고문으로 위촉하겠다. 필요하면 이 전 대표와 상의도 하겠지만 거기까지다. 합을 맞춰 가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다."
-이 전 대표 때처럼 당 주류의 '흔들기'가 이어진다면.
"이 전 대표는 혼자 사다리를 걸고 기득권을 뛰어넘은 사람이다. 어쨌든 승리해서 성문을 열었고, 개혁 세력들이 성에 들어갔다. 문제는 자기 세력을 못 만들어서 다시 성에서 쫓겨났다는 점이다. 난 그런 부분을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팀, 네 명이 성문을 부수겠다. 천하람이 될 정도면 천아용인도 다 당선된다고 본다. 이준석 체제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일 것이다. 동시에 검증된 정치 신인들, 예를 들어 보좌진, 당직자, 지방의원들을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겠다."
-세력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당내 계파정치를 어떻게 할지,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지, 여당 역할은 무엇인지 전당대회 이후에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양분된 당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고, 일부는 제 세력 기반이 될 것이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당내 소신 있는 신진사대부 세력이 존재감을 보일 것이다. 그들을 열심히 지원해서 원내에 집어넣을 것이다. 원내 소신파 의원 10명만 배출하더라도 그것이 세력화의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 원하는 인물들과 정치하고 싶은 건 당연... 최대한 존중"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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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총선 공천권을 두고 대통령실이나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 갈등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천 후보는 스스로 "대통령실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신진사대부를 원내에 넣겠다'고 했다. 결국 계파 공천 아닌가.
"납득 가능한 프로세스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그 프로세스에서 윤핵관이 살아 돌아온다면 존중하겠다. 현실적으로 그분들을 다 배제하고 갑자기 완전히 새 정치를 할 수도 없다. 국회의원 중간평가를 해서 하위 25%를 컷오프하겠다. 윤핵관이 적절한 평가 기준에 따라서 명분 있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해당 지역구가 얻은 득표율, 지역구 당원과 국민 만족도를 객관적으로 볼 것이다. 또 전국단위 지표 조사를 섞을 예정이다. 윤핵관처럼 자기 지역구가 너무 탄탄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꼴 보기 싫은 짓을 하는 이들도 있어서다. 대신 상위 20%는 무조건 공천을 주겠다. 천하람 욕하고 윤핵관 좋아하더라도 '나는 상위 20%에 들어서 살아남겠다'고 생각해도 된다."
-공천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들과 국회에서 함께 정치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존중할 생각이다. 다만 막판에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건 안 된다. 미리 온다면 필요한 당직이든,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든 얼마든지 드릴 생각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점지한 대선후보가 있다면 공정한 경쟁 틀 안에서 도울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돕겠다. 반면 윤핵관이 만든 당대표와 대통령이 부딪히면, 그것만큼 우스워 보이는 게 없다. 조금 더 길게 보면 대통령실에서 가장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게 움직이는 사람은 오히려 천하람일 것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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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윤핵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 윤 대통령이 당에 들어와 조직이 부족할 때 그분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고마움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사람들은 대통령을 이용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밀려났던 과거의 정치세력들이 윤 대통령이라는 아주 좋은 스타에 붙어서 본인 정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대표에 당선되면 윤 대통령을 만나 '의리도 중요하지만, 결단을 하는 게 우리 당과 정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겠다."
-총선 구도나 정책 경쟁은 어떻게 보나.
"대표가 된다고 '천하람 대 이재명'이라는 구도는 허구다. 다음 선거는 '윤 대통령 대 이재명'이 될 것이다. 그래도 다른 후보에 비해 내가 대표가 됐을 때 구도 면에서 이득이 있을 것이다. 정책 면에선 '3대 개혁' 등 우리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나경원 전 의원과의 갈등 등 비본질적인 부분에서 점수를 까먹고 있다. 대통령이 민생, 개혁과제에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수진영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
-총선에서 보수의 공간을 더 넓힐 수 있나.
"대통령실에 있는 분들이 더불어민주당식 사고를 하고 있다. 있는 파이를 어떻게 갈라 먹을까 궁리하고 있지 않나. 보수는 파이를 키우는 사고를 해야 한다. 보수가 고작 100석을 갖고 대통령실이 50석을 갖고 가는 게 아니고, 정치를 잘해서 150~180석으로 파이를 키워서 대통령이 원하는 인재들을 원내에 진입시키자는 꿈을 꿔야 한다."
21대 총선 패배, 황교안 탓?... "김기현·안철수도 마찬가지"
천 후보는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을 꺾는 '실버크로스'를 2주 내에 만들겠다며 김 후보와의 결선투표를 벼르고 있다. 최근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 등에서 김 후보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김·안 후보에 대한 존중을 표하면서도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부각했다.
-김기현 후보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 의혹인지 아직 잘 판단이 되지 않는다. 김 후보는 남진, 김연경의 '꽃을 든 남자'로 한 번 곤욕을 치렀는데, 1,800배 시세 차익까지 나온 만큼 충분한 해명이 안 된다면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김 후보나 당에 모두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김 후보는 원래 온건하고 개혁적, 합리적인 사람인데 본인 색깔을 잃어버려서 힘든 선거를 하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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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 측에선 안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데.
"그건 장제원 의원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체성 의구심 있는 사람이랑 단일화를 왜 시켰나. 기업 인수합병도 문제 못 찾은 사람이 잘못이다."
-황교안 후보의 공천 실패가 21대 총선 패배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는데.
"지금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공천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채워 넣을 고민을 먼저 하고, 거기에 맞춰서 잘라내야 경쟁력에 타격을 안 주면서 물갈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권을 쥐면 다들 누구를 자를 생각부터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최근 입장을 낸 이유는.
"어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어떤 이슈도 성역이 돼선 안 된다. 입장을 낸 이유는 우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지점이 있고, 또 여성들의 찬성 비율도 결코 적지 않았다. 여가부 이슈에 대해 당대표가 너무 몰두하면 문제로 보이겠지만, 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제 관련 전문성이 있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 중에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의 방향성에 적극 공감한다. 예를 들어 '난방비 부채를 가스공사에 떠넘기는 건 위험하다'는 정부 입장도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가정은 소득 요건 없이도 핀셋 지원을 하자든지, 정당은 정부가 큰 방향을 세우느라 놓친 부분들을 백업해야 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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