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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우리 사람 써" 생떼, 돈 갈취…노조 갑질에 무너지는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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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유엄식 기자, 방윤영 기자, 김효정 기자, 이정혁 기자, 김평화 기자] [편집자주] 정부가 건설노동조합의 불법채용 등 고질적인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노조와 노조 유사 단체의 불공정행위가 여전히 만연하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배경과 해법을 찾아본다.

[MT리포트]건설노조는 왜 개혁대상이 됐나 (上)]


노조원 채용·뒷돈 거절 땐 입구 막고 주먹질도…무법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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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한 공공공사를 진행 중인 중소건설사 현장소장이 받은 명함 중 일부. 착공 6개월 만에 그가 각종 노조 및 노조 관련자로부터 받은 명함은 50장이 넘는다. /사진제공=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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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있는 A건설사는 건설노조와 6개월 간 대치 중이다. 노조는 소속 노조원 채용과 금전을 요구했고 A건설사가 받아주지 않자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공사 현장에는 매일 새벽 노조원들이 적게는 70명, 많게는 100명이 모여 공사장 입구를 가로 막는다. 경찰 40~50명이 출동한 날도 있었지만 노조는 막무가내였다. 심한 경우 물리적으로 충돌해 주먹다짐까지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A건설사는 이렇게 보는 손해액이 하루에 1500만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작업량을 못 맞춰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노조 대응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관행처럼 굳어온 악습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현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와 경찰이 나서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지만 건설현장에 만연한 건설노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은 여전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채용 강요는 기본이고 명목도 없는 금전까지 요구한다"며 "조만간 또 다른 건설 공사도 시작해야 하는데, 어떤 노조가 얼마나 또 들이닥칠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현장의 B건설사 관리자는 "지난달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는데 모 건설노조에서 노조원 채용을 강요했다"며 "노조원 채용을 할 때까지 9일 간 시위를 하고 각종 민원을 발생시켰다. 공사는 차질을 빚고 결국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철근·콘크리트, 그다음은 타워크레인, 이후엔 화물운송 관련 노조가 순차적으로 찾아온다"면서 " 보통 2년~3년 준공 때까지 수백개가 넘는 건설노동조합으로부터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도권 현장의 C건설사 관리자는 "공사를 시작해 6개월 동안 받은 건설노동조합 관련 명함만 50개가 넘는다"면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산하 지역본부, 산하 지부 등 소단위로 나뉘어져 있어 어디가 어디 소속인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된다. 심지어 같은 지부 명함을 가져온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 가짜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발전기금으로 500만원을 요구 받아서 보냈는데 본인 계좌로 그 돈을 받은 노조 관계자는 잠적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지만 방법이 있을까 싶다"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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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에서 요구하는 금품 명목은 노조 전임비와 노조 발전기금이 대표적이다. 노조 전임비는 노사 협상 등을 전담하는 전임자가 있는 노조에 활동비 명목으로 회사가 지급하는 비용이지만, 자격을 갖춘 전임자가 없거나 노조원도 없는 유령 노조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중소·중견 건설사가 회원사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노동조합 명단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정식 노동조합 등록업체가 55곳이라는 내용만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수도권남부지역본부 경기 모 지부는 건설사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직종 별로 소속 노조원의 고용 비율이 명시돼 있다. 예를 들면 형틀·해체 고용비율은 지난해 70%에서 올해는 80%까지 늘리라는 주문이다.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현장에서 시위, 기존에 고용된 직원들의 태업, 이 건설사가 공사 중인 다른 현장에서 공사 방해 등이 이어진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올해 2월10일까지 전국 20개사 43개 현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 현장에 3개 이상 부당행위가 발생한 건수는 67%에 육박했다. 10개 공사 중 6곳은 부당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채용강요(17.58%), 전임비 등 강요(17.58%), 타워크레인 월례비(17.58%)의 비중이 동일하게 가장 많았고, 이어 장비사용 강요(12.09%), 태업(8.79%), 현장퇴거 명령불응(8.24%), 출입방해(7.69%)순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공사 지연은 최소 14일에서 최대 180일까지 이뤄졌고 피해금액은 현장별로 최소 500만원에서 65억원에 달했다.

채용 요구를 들어줘도 피해는 끝나지 않는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노조가 1인당 지급액도 정해주는데 하루에 25만원을 지급한다면 그에 맞는 숙련된 직원을 보내야하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직원 교체를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고, 교체 움직임을 보이면 태업 등 각종 압력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고용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개월~10개월이면 끝나는 공사도 작업 속도를 늦춰 12개월을 채우고, 퇴직금을 받아 나가는 행태가 빈번하다"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당하고 불편한데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들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처나 원청업체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공동으로 대응하면 좋은데 노조가 꽹과리치고 시끄럽게 하면 빨리 조용히 시키라는 압박을 준다"면서 "발주처와 원청업체의 눈 밖에 나면 향후 일감을 따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공사 방해에 따른 피해액 청구 등 법적인 방법도 있지만 특정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현장까지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법을 통한 해결은 꿈도 못 꾼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건설사 다른 관계자는 "노조와 유사 노조의 불법행위는 공사지연,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공사비 인상,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따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는 처음"...'무법 노조'에 전면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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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길 인근에서 한양대학교 기숙사 건설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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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동·교육·연금)+1(정부) 개혁'

지난 7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올해 20개 국정과제 가운데 중점 추진 분야다. 3대 개혁에서 '노동'이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노동개혁을 언급해왔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조개혁 출발"이라고 말했다. 공정과 정의, 원칙을 중시하는 국정운영 스타일에 비춰볼 때 무법지대로 전락한 일부 건설노조와의 전면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원희룡 "모든 회계는 만천하에 공개...국토부 공무원에 사법경찰 권한 부여" 총대

대통령의 노동개혁 의지를 재차 확인한 정부는 즉각적이고 다각도로 노조에 압박을 가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투명성 관련 미국 정책·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면 강성노조 가운데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건설노조를 상대하는 국토교통부가 총대를 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9일 삼성물산 등 11대 건설사 사장단과 노조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고 "타인의 돈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회계는 만천하에 공개돼야 한다"며 일부 노조를 겨냥한 특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앞서 1일에는 "국토부 지방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 권한까지 부여해 불법행위를 단속·적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여태껏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對)노조 강경 대응책은 '피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국토부는 특정 노조의 각종 불법행위가 분양가 인상이나 공사기일 연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지난달 국토부는 118개 건설회사가 노조에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으로 지급한 돈이 3년간 1686억원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일부 노조의 각종 불법행위로 공사 지연이 발생한 현장은 총 329곳이었는데 일부 현장은 120일까지 공사가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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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관련 범정부 차원 제도 병행...업계도 사업주 임금체불, 안전수칙 위반 등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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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건설사 간담회에 참석하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3.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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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실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서 법치주의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강력한 법안이 나오더라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노조의 활동이 조직화되고 진화한 만큼 법망을 피해가는 또 다른 행위가 나올 수 있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법망이 촘촘해지려면 주무부처인 국토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소관 법 개정은 여럿 추진되고 있으나 노조 자체의 불법행위를 제지하고 투명성을 잡아주는 법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함께 움직여줘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로 여건 자체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자 휴게실이 없거나 임금 체불, 안전수칙 위반 등을 일삼는 건설 현장이 여전하고, 이는 건설업체의 약점으로 돌아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노조가 건설업체의 법 위반 사항을 악용하는 건 결국 자신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며 "노조의 고의적인 작업 방해는 강하게 처벌하되, 근로자의 복지 조건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떼이고 잘리고 갑질에 뒷돈 뜯고 사람 꽂고 갑질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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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열린 서울지역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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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떼이고 저리 떼여도 불만을 드러낼 수 없는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 고강도 노동에도 퇴근시간을 가늠하기 힘든 열악한 근로조건. "나오지마" 한마디에 당장 짐을 챙겨야하는 고용 불안. 건설 근로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권리를 찾지 못했다. 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첫출발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건설 근로자들은 처음에는 마주한 '벽'을 허물자는 '선한 의도'로 모였다.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겠다며 힘을 조직으로 만들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령에 명확히 드러난다. 강령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건설근로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쟁취를 위해 불법다단계 하도급 철폐, 비정규직 철폐,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등 법제도를 개선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첫 출발은 권리 대변, 갈수록 권력화

하지만 건설노조가 인력관리권한까지 갖게 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하고 과도한 권력을 챙기면서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1호 개혁 대상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건설노조는 당초 근로자들을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건설사 등 사측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했다.

이 과정에서 파업을 거듭하면서 다단계식 하도급식 구조를 개선하는 대신 노조가 오히려 '권력단체'로 자리매김하면서 파업이나 시위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파업, 시위, 고소·고발에 따른 '공기 지연'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에선 노조가 노조원을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는 인력관리 권한까지 생겼다. 인력관리권을 암묵적으로 노조가 갖는 게 건설현장의 새 관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례비 등 뒷돈 요구나 불법 채용 청탁·강요 등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는 근본적으로 근로자 단체의 권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일종의 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행위에 대한) 별도의 패널티나 입법 관련 견제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는)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근로여건 개선됐지만 사업부 처벌 법규정 오히려 늘어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근로 여건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일례로 임금은 늘었고, 근로시간은 줄었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사용자를 처벌하면서 근로자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법 같은 법규정은 없었다"며 "과거 정부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를 간과하고 묵인한 사례들이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노조의 갑질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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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bkm@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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