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세관 데이터 분석…"中도 전자전 자료 등 얻어 군사활용 가능성"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중국제 무인기로 훈련하는 예비군들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군이 중국 업체 DJI의 상업용 소형 드론을 입수해 정찰용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러시아 측이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하는 효과적 수단을 지속해서 확보 중이라는 점과, 이를 통해 중국 측도 드론의 군사적 활용과 관련한 실전 자료를 입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WSJ가 살펴본 세관 기록에 따르면 러시아 측에 공급되는 DJI 드론의 일부는 이 회사의 러시아 총판을 통해 들어간다.
다른 일부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운송된다.
서방측의 광범위한 압박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이 전쟁 핵심 물자인 드론을 계속 들여와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드론들은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중국이 핵심적인 전장 정보를 수집해 자국의 전쟁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 WSJ가 전하는 미국 국방부의 우려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드론에 기록된 자료들이 DJI를 거쳐 중국 당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고위 보안당국 관계자는 "전투 환경에서 드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DJI와 중국이 지켜보면서 자료를 흡수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TTP, 즉 전술(tactics), 기술(technique), 절차(procedure)를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런 자료에는 드론이 전자전 방식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민-군이 융합된 나라이므로, 이런 정보를 인민해방군(PLA)에 넘겨줘 학습하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는 드론 |
DJI의 드론은 회전자(rotor)가 4개 달린 소형 무인 헬리콥터다. 미국 국방부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전 개전 초기부터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민간용으로도 군사용으로도 쓰이는 DJI 드론들은 제3자가 구매해 중국에서 발송하는 경우가 많다.
WSJ은 무역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임포트지니어스(ImportGenius)와 워싱턴에 본부를 둔 안보 위협 식별 전문 비영리기관 C4ADS가 제공한 러시아 세관 기록을 열람했다고 설명했다.
DJI는 성명에서 작년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을 중단한 점을 지적하면서 전장에서 민간용 드론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그러나 DJI 제품들은 소비자 가전제품이므로 여러 나라 전자상거래 상점과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이용자들이나 조직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외의 국가나 지역에서 (DJI 제품을) 구매한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배송하거나 선물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WSJ은 수십 편의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전투원들이 DJI 드론을 이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에 게시된 동영상에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총을 든 친러시아 자원봉사자들이 제재 대상인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를 통해 UAE에서 '영웅 셔틀'(DJI 드론을 일컫는 용어)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왔다.
러시아군에 총기를 공급하는 러시아 오렌부르크의 총기상 콘스탄틴 쿠즈네초프가 올린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따르면, DJI 드론은 대개 UAE에서 구매된다. 구매 가격은 50만 루블(8천800만원)로, 일반적 가격보다 훨씬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일부 드론과 드론 부품이 유럽연합(EU)을 통해서도 러시아에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 네덜란드 연방검찰이 피의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러시아 측의 민간 준군사 단체인 와그너 그룹도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DJI 드론을 이용한다고 WSJ은 전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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