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0.57% 상승했다. 나스닥은 금리에 민감한 기술·성장주 비중이 높은데도 CPI 발표 후 오히려 지수가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03%)와 다우지수(-0.46%)도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미 노동부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4%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6.5%와 비교해 0.1%포인트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달 초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세 완화)’을 보여주기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시장이 동요하지 않은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에 변화를 줄 만큼의 상승 폭은 아니라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긴 했지만, 2021년 10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기도 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파월 의장이 강조한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미국 2년 국채 수익률도 4.6218%로 전 거래일 대비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도 3.753%로 전 거래일 대비 0.049%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14일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125 하락한 103.123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주식·환율시장은 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크게 출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37.74포인트(1.53%) 내린 2427.90으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 종가보다 12.8원 내린 달러당 1282.2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284.8원까지 내려가며 지난 1월 4일 기록한 연저점인 1280.9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건 이번 1월 지표에서 확인됐고,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Fed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대로 돌리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 고용시장의 활황도 Fed의 본격적 긴축 완화를 어렵게 한다. 고용시장의 활황은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소비를 늘려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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