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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日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망한 지 7개월인데... 아직도 일본 정계에 드리운 ‘아베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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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파, 일본은행 총재 인사 등 간섭
LGBT 이해증진법안 재추진도 반발
아베파 차기 수장 노린 선명성 경쟁
한국일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사망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일본 정치권에는 아직도 강경 보수 정치를 고집했던 아베 전 총리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7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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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세상을 떠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 정계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여전하다.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는 여전히 그의 유지를 내세우며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정국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기시다 총리는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쓴다. 일본은행 차기 총재 인선이나 성소수자(LGBT) 이해증진법안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모습은 선명히 드러난다.

아베파 간부 "일본은행 총재 인사 잘못하면 척질 것" 압박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파는 ‘아베노믹스’를 지지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를 신임 총재로 임명하지 않도록 기시다 총리를 강하게 견제했다. 지난해 11월 하순 아베파 간부는 기시다 총리와 식사하다 “일본은행 총재 인사를 잘못하면 아베파와 척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은 이달 3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아베 전 총리 사후에도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를 부정하는 사람을 임명한다면 국회 동의 때 반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막판 인선 과정에서 주변에 “아베노믹스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임명키로 결정한 후에는 정식 발표를 나흘이나 앞둔 10일 오후, 직접 아베파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인선 소식을 먼저 알렸다. “금융(완화) 정책은 바꾸지 않겠다. 한때 제로금리 해제에 반대했던 사람이다. 눈높이에 맞는 인선일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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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파' 차기 수장을 노리는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이 경제산업장관이던 지난해 8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상무장관 2+2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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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 이해증진법안, 과거 아베가 강력히 반대


최근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한 아라이 마사요시 총리 비서관이 해임된 후, 기시다 총리 지시로 자민당 내에서 재논의 중인 ‘LGBT 이해증진법안’도 아베를 추종하는 보수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자민당 총무회에선 “야당은 동성혼과 연결시키려 하니 신중해야 한다” “몸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라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을 제지하면 ‘차별’이라고 해, 사회가 혼란해진다” 같은 발언이 계속 튀어나왔다. 이런 반발 역시 2021년 5월 추진 당시 강하게 반대했던 아베 전 총리의 영향이 크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차별과 편견을 인정할 생각은 아니지만 법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압박하기까지 했다. 이 법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일단 통과되면 부부가 다른 성을 써도 된다는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이나 차별금지법, 동성혼 허용 주장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싹을 잘라야 한다는 식이었다.

아베파를 중심으로 강경 보수 의원들이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는 건 아베 전 총리 사후 공석이 된 '아베파 차기 수장' 자리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아베의 유지를 가장 잘 받드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한다는 얘기다.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은 12일 NHK에 출연해, 보수파가 이해증진법안에서 가장 반대하는 조항인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문구를 수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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