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아끼려 노력해도 인상폭 커 무용지물…폐업도 고려"
에너지 안전자금 등 적극적 지원 필요하다는 주장 나와
올해 1월 사용한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이 이달 속속 청구되기 시작한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한 우편함에 2월 가스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2023.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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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회원들 오실 때만 난방을 틀고 불을 켜는데도 오히려 비용만 늘어나네요."
경기 안성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공공요금 인상 이후 전기와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들 때마다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주위에서 작은 헬스장은 15만~20만원, 체육센터는 400만~500만원까지 난방비가 올랐다고 한다"며 "여름철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 때보다 돈을 더 낸다고 할 정도로 다들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1월 난방비 고지서를 하나둘씩 받아든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 앞에선 난방비를 아끼려는 노력도 무용지물이 됐다. 목욕탕 등 피해가 큰 일부 업종에선 폐업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난방시간과 온도를 제한하는 등 공공요금 지출을 아끼기 위해 노력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손님 머리 헹구기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원들은 찬물만 사용하지만 오히려 내는 요금은 늘었다"며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우나와 찜질방 등 운영비에서 난방비 비중이 큰 업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목욕탕 업체 10곳 중 4곳은 고정지출을 제외한 운영 비용 중 난방비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 1명만 와도 욕탕과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찬 물을 새로 데우는 비용과 데운 물을 유지하는 비용이 큰 차이가 없어 난방비 절약 자체가 쉽지 않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우나만 운영하거나 폐업까지 선택한 자영업자가 느는 실정이다.
이형근 사우나찜질방연합회 사무총장은 "250만원가량 나오던 난방비가 450만원 넘게 치솟았다"며 "1월 고지서는 다음주에 나오지만 아마 이번엔 500만원 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난방비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운영 시 10명 중 9명(99.0%)이 난방 비용 인상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매우 부담된다'고 언급한 응답자는 전체의 80.4%를 차지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급감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응답자 중 79.2%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지난해 같은달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중 매출이 50% 넘게 감소했다 응답한 소상공인도 31%나 됐다.
코로나 19때보다 영업이 힘들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이날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에너지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한시적으로 소상공인 등 신청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기료는 7월부터, 가스비는 12월부터 분할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지금 당장 폐업 위기에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상황에서 다음 동절기부터 시작하는 분할 납부는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며 "예전 최저임금 인상 때 소상공인 연착륙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에너지 안전자금 등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방비 등 에너지 요금 문제는 국제 정세와 긴밀히 연결된 만큼 불확실성이 큰 점도 고려돼야 한다"며 "에너지 고효율 장비 전환 지원 등 공공요금 인상 시 소상공인이 받을 타격을 완화할 방안도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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