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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미술의 세계

기와집 15채 값이었다…할머니가 1원에 판 '참기름병'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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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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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원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책자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각 유물에 대해 숨겨진 일화나 조사 소회 등을 담았다.

그중 1920년대 한 할머니가 발견해 참기름병으로 쓴 골동품이 훗날 우리나라의 국보로 지정된 일화가 소개됐다.

책 내용에 따르면 1920년대 경기도 팔당 인근에 살던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흰색 병을 발견했다. 목이 길어 참기름을 담기에 좋을 만한 병이었다.

할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그곳에서 병들을 주워 참기름병으로 사용했는데, 그 병을 발견한 장소가 바로 조선시대에 왕실용 자기를 생산했던 사옹원 분원 가마터였다.

할머니는 직접 짠 참기름을 야산에서 주워온 병에 담아 상인에게 1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경성(지금의 서울)에 살던 일본인 골동품상은 이 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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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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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골동품상에게 이를 60원에 팔았고, 이후 여러 수집가를 거치다 1936년 열린 경매에서 1만4580원에 낙찰됐다.

이는 당시 돈으로 기와집 15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자, 조선백자로서도 역대 최고가였다.

이 '참기름병'을 손에 넣은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오늘날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다.

훗날 정해진 명칭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으로, 1997년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책자에는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조상의 초상화를 챙기느라 고군분투한 후손의 노력, 딸이나 아들 혹은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은 재산 상속 이야기 등이 담겼다.

책자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관리에 도움을 준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된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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