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파고든 '불법촬영물 소굴'…경찰 단속은 연중행사?

[앵커]

불법 촬영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주택가와 학교 근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른바 '전화방'에서도 아무 제재 없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컴퓨터방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입니다.

컴퓨터를 하면서 통화도 할 수 있는 '전화방'입니다.

취재진이 무작위로 서울과 수도권 전화방 7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 곳도 빠짐없이 컴퓨터 안에서 수상한 폴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촬1,2,3'. 모두 여성의 모습이 찍힌 영상입니다.

공중화장실부터 술집, 병원, 노래방까지 배경이 다양합니다.

화장실 옆 칸에 카메라를 밀어 넣는 장면도 있습니다.

건너편 아파트 내부 모습, 발레학원 탈의실과 헬스장 샤워실까지 담겼습니다.

이 컴퓨터에 저장된 불법촬영물은 2천여 개, 용량은 1테라바이트에 이릅니다.

업주들은 공급책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사들인다고 말합니다.

[A전화방 업주 : 자료를 대주는 사람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두 달에 한 번씩 (외장)하드에 자기들이 담아서 갖다주는데.]

전화방 안에 숨겨진 전산실을 가보니, 다른 휴대용 저장기기들이 보입니다.

외장기기 한 개당 가격은 20만 원 선입니다.

[B전화방 업주 : 보통 외장하드는 1일 업데이트. {한 달에 한 번씩 불법촬영물이 업데이트…} 그런 개념으로 볼 수 있죠.]

더 큰 문제는 이용자가 언제든 복사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B전화방 업주 : 뭐 그냥 가져가면 가져가나 보다 그래야지. 손님이 하는 거 어떻게 하겠어요.]

불법촬영물이 알 수 없는 대상에게 유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업주들은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A전화방 업주 : 필요악이죠. 이런 업장이 없으면 성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다. 다른 데서도 다 보던 건데.]

[B전화방 업주 : 손님이 복사해봐야 몇 개나 해가겠어요. 자기가 딱 이렇게 호감을 느끼거나 그런 것만 하시겠죠.]

[앵커]

경찰은 이런 전화방들을 정기적으로 단속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불법 촬영물을 적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찰이 못 찾고 가버린 곳에서 저희 취재진이 오히려 금방 찾아냈습니다.

왜 그러는 건지, 계속해서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취재진이 불법촬영물을 찾아낸 이 전화방, 2년 전 경찰 단속을 받았습니다.

음란물을 상영했다는 '풍속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업주는 2년 전에도 불법촬영물이 있었지만 경찰 단속엔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A전화방 업주 : 단속을 할 때 몰카를 집중해서 일부러 본다든가 아직 그런 건 없었어요.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생겨야…]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불법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7년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경찰 단속은 음란물, 풍속법 위반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겁니다.

최근 경찰은 조금 달라졌을까.

취재진이 서울의 한 전화방을 찾아간 날은 경찰 단속을 받은 직후였습니다.

업주는 풍속법 위반으로만 걸렸습니다.

[C전화방 업주 : {단속은 오늘 언제 받으신 거예요?} 오시기 바로 전에. 영상물 띄워서 찍고 가시죠. {음란물 영상만 확인하고 가는 거예요?} 네.]

하지만 취재진은 불법촬영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전화방 업주들도 경찰 단속을 비웃습니다.

[D전화방 업주 : (경찰 단속은) 10분도 안 걸려요. 1년에 한 번 나오니까, 연중행사.]

(영상디자인 : 유정배)

◆ 관련 리포트

"불법촬영물이잖아요" "그래서요?"…유통 온상 된 전화방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14701

이상엽 기자 , 이경,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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