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WHO는 이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의 지진 사망자 수가 최소 9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릭 브레넌 WHO 중동비상대응국장은 “정부 통제 지역에서 4800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부상했고, 반군 장악 지역에선 4500명이 사망하고 75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반군 점령지에서 상세한 보고가 들어오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리아의 하얀헬멧 대원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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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밝힌 시리아 사망자 수는 앞서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발표한 사망자 수 4574명(정부 통제 지역 1414명, 반군 장악 지역 3160명)의 배를 넘는 수치다. 12일 기준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이 집계한 튀르키예 사망자 수(2만9605명)와 WHO가 추정한 시리아 사망자 수를 합하면 3만8905명으로, 양국 사망자 수는 4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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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없어 구조활동 멈춘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이 몰려있는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 장악 지역에선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마저 사실상 멈췄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지역의 유일한 구조대인 ‘하얀헬멧’은 지난 10일 구조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하얀헬멧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 4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집 479채가 완전히 붕괴됐고 건물 1481동이 부분 파손됐다”면서 “우리 팀이 108시간 동안 수색한 끝에 이제 생존자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간 하얀헬멧은 첨단 구조 장비 없이 곡괭이와 지렛대로 구호 작업을 해왔다. 생존자들도 맨손으로 잔해를 헤치고 땅을 파며 구조에 동참해왔다. BBC에 따르면 강진으로 두 자녀와 집을 잃은 시리아인 아부 알라는 “13살 난 아들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파냈다”면서 “결국 숨진 아들을 찾아 딸의 시신 옆에 뉘였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장비와 구조대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응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리아인 이스마일 알 압둘라는 “이는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시”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남부에선 구조대원 수천여 명이 중장비와 구조견을 동원해 생존자 수색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골든타임(사고 후 생존 가능성이 큰 시간으로, 통상 72시간)이 훌쩍 넘은 시점에도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이어지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독일 구호단체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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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점령지 구호물품 전달 난항
시리아에는 국제사회의 구호물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정부 허가 없이 반군 장악지역에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집해 구호에 차질을 빚었다. 골든타임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일에야 정부는 이 지역으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을 승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군은 구호 물품 전달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반군 최대 파벌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알아사드 정권이 우리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제사회에서 이득을 얻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댄 스토에네스쿠 유럽연합(EU) 시리아 특사 역시 “시리아 정부가 구호 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전 소용돌이에 ‘구호의 사각지대’가 된 시리아 북서부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BBC는 생존자들이 몸을 누일 임시 천막조차 없어 해외 취재진을 향해 “텐트가 있냐”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린 플라이셔 세계식량계획(WFP) 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담당관은 “생계의 90%를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시리아 북서부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시리아에서 지진 피해로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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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진 발생 닷새 만인 11일 시리아 북서부의 알레포 지역에 응급 의료품 37t을 전달하면서 “반군 점령지에도 전달되기를 바라지만 불확실하다”고 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12일 “시리아 북서부 주민들은 바라던 원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했고,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가능한 이 실패를 빨리 바로잡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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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지원도 막힌 시리아에 콜레라 창궐
시리아 북서부에서는 대지진의 여파로 콜레라가 창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바 하인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소통 담당관은 12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시리아인 절반 이상이 안전하지 않은 대안적 물 공급원에 의존하고 있어 콜레라 같은 수인성 급성 전염병에 더욱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유니세프 직원들이 콜레라 발생을 막기 위해 시리아 난민 캠프촌에 물을 가져다 난민들의 손을 씻게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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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가 큰 시리아 북서부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콜레라가 유행하던 중이었다. 이번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역 위생이 더욱 악화돼 콜레라와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되고 심한 설사와 구토로 탈수를 유발해 특히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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