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조 명실상부 업계 1위
양사 결합으로 코어팬덤 확장
K-팝업계에 ‘메가톤급 폭풍’이 불어닥쳤다. 가요계 빅 4 중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하이브와 ‘K-팝의 터전’을 다진 SM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SM·YG·JYP·하이브 등 빅 4 시대는 막을 내리고, 명실상부 하이브 중심의 ‘원톱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이브, 이수만 지분 인수…SM ‘최대주주’로=10일 SM엔터테인멘트와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SM 설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 SM 최대주주레 올라섰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뿐 아니라 SM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주주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전 총괄은 자신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번 인수에 대해 “K-팝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M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카카오, CJ ENM과 함께 거명됐던 하이브가 마침내 1대 주주로 올라서며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사상 초유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방시혁-이수만 전략적 협력 왜?=하이브의 SM 지분 인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 전 총괄의 개인적 친분도 영향을 미쳤다. 이 둘은 오래전부터 대형 K-팝 기획사 모임을 통해 교류를 이어왔으며, 이 전 총괄은 농공학과 71학번, 방 의장은 미학과 91학번 등으로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인수가 성사되기에 앞서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이 올해 초 선포한 ‘휴머니티와 서스테이너빌리티(Humanity and Sustainability)’ 캠페인에 깊이 공감, 일련의 사태로 칩거하며 고심 중이던 이 전 총괄에게 지속 가능한 K-팝의 영향력 활용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방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께서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 상호 간에 존중과 존경의 관계를 표명해왔다. 이 전 총괄 역시 방 의장의 제안에 음악인으로서 문화의 가치를 알고, K-팝이 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 지지를 보냈다.
▶하이브, SM 인수로 ‘원톱 레이블’로 우뚝=하이브는 3세대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내며 기존 가요계의 지형도를 바꾼 주역이다. 빅히트뮤직으로 출발,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와 지코 소속사 KOZ 등 레이블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이브로 사명을 바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불과 2년밖에 안 됐다. 현재 BTS를 필두로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 4세대 걸그룹 강자 뉴진스·르세라핌이 하이브 소속으로 자리하며 명실상부 K-팝 최강자로 군림 중이다.
다만 하이브의 약점은 ‘역사’였다. K-팝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을 이끈 SM, YG, JYP 등 빅 3가 가진 K-팝 유산이 하이브에는 부재하다는 점이다. 대신 BTS와 함께 구축한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해외에서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하이브는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이 소속 아티스트로 있는 미국 미디어기업 이타카홀딩스를 2021년에 인수했고, 지난 9일엔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까지 품에 안으며 세계무대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하이브의 ‘SM 최대주주’라는 지위는 단지 ‘거대 기획사’로의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그간 강력하게 구축된 K-팝업계의 재편이기도 하다. 이젠 하이브의 독주 체제가 예상된다. 그간 가요계 빅 4 중 후발주자에 머물렀던 하이브는 명실상부 선두주자로 도약,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업계 1인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하이브에 부재한 K-팝 유산과 미래 비전을 SM을 통해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은 업계 ‘퍼스트무버’인 이 전 총괄이 키운 1세대 아이돌그룹 H.O.T부터 ‘아시아의 별’ 보아, 2세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3세대 NCT·레드벨벳, 4세대 에스파 등의 탄탄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통해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 SM 인수로 코어팬덤 규모 확장=증권업계와 가요계에 따르면 현재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약 8조원으로, 명실상부 업계 1위다. 여기에 SM이 약 2조원으로, JYP(약 2조5000억원)의 뒤를 잇는다. YG는 약 1조원이다. 양사의 결합으로 하이브는 코어팬덤의 규모도 확장하게 됐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하이브의 매출 향상에 기여하는 코어팬덤은 BTS 70만명을 포함해 총 160만명에 달한다. SM은 빅 4 중 코어팬덤의 규모가 전체 2위에 달하는 76만명이다.
게다가 하이브와 YG의 관계도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이브가 보유한 글로벌 팬덤 커뮤니피 플랫폼 ‘위버스’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같은 하이브 레이블즈 그룹뿐 아니라 블랙핑크 등 YG 소속 가수 등이 입점해 세계 팬덤문화를 이끌고 있다. 위버스컴퍼니는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네이버 ‘브이 라이브’도 양수, 일찌감치 덩치를 키웠다.
이들의 대항마는 SM의 계열사로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운영 중인 디어유였다. 디어유도 최근 엔씨소프트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인수했다. 하이브는 플랫폼 동맹에서 SM, YG까지 가져오며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들을 결합한 시너지로 하이브는 세계 주류음악시장에서도 K-팝 위상 확대의 선봉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이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3대 사업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서겠다”며 “플랫폼을 통한 협업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다양한 솔루션사업과 하이브의 기존 솔루션사업 간에도 시너지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