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서북부에 지진 나흘째 유엔 구호물자 도착
생필품은 거의 포함 안돼…"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 분통
지진 피해 주민 옮기는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튀르키예 강진으로 옆나라 시리아 접경도 폐허가 되면서 국제사회 구호가 시작됐지만 턱없이 미미한 실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아 현 정권이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이 덮친 서북부의 반군 장악 지역은 마지막 생명줄이던 육로마저 끊기는 바람에 사실상 고립무원이 된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지진 발생 이후 나흘째인 이날 가까스로 유엔 구호물자가 도착하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너무 늦게, 너무 적게 도착했다는 점에서 분통이 쏟아져 나온다.
이날 도착한 물자는 트럭 6대 분량으로, 지진 피해 이전에 텐트와 위생용품 위주로 꾸려진 것이라 식품같이 생존에 시급한 생필품은 거의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장 잔해더미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이재민 숙소를 마련하고, 부상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구조대원과 의료진은 아직도 눈앞이 캄캄한 처지에 내몰렸다.
시리아 반군 지역에서 활동해온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 관계자는 "국제사회 구조대가 지진 직후 몇 시간 안에만, 아니면 다음날에만 시리아에 도착했다면 잔해에 갇힌 이들을 살려낼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며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걷어내며 가족을 찾는 실정이라고 전하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 정상들이 구조대와 중장비를 지원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구호물자에 기저귀가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무너진 벽에 깔린 아기에게 기저귀가 무슨 소용이냐"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지진이 강타한 시리아 서북부 도시 알레포는 2011년 발발한 내전으로 가장 고통 받아온 곳 중 하나다.
당시 '아랍의 봄' 민중 봉기를 타고 시리아에서도 거센 민주화 시위가 확산했으나 이를 유혈 진압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이란과 헤즈볼라가 가세하고, 여기에 맞서 수니파인 사우디, 카타르 등이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으로 번졌다.
2014년에는 미국이 개입하자 이듬해 러시아까지 뛰어들면서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아 시리아 사태는 수십만명의 사망자와 1천만명이 넘는 난민을 남긴 채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이번 지진으로 앞서 정부군 공습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주택이 무더기로 무너지면서 생존자를 발견했다고 해도 잔해더미에서 꺼내지 못한 채 생명의 불씨가 그대로 꺼져가는 것을 막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한 구조대원은 "잔해 속에 갇힌 상태로 일부 생존자가 구조대에게 유언을 전해달라고 하는 실정"이라며 "그들은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는 숨을 거둔다"고 말했다.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가 9일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천500명)보다 많은 수치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대 20만명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인명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지진으로 폐허로 변한 시리아 알레포주 진데리스 |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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