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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민연금 이번에는 개혁 할 수 있을까…또 흐지부지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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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8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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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지난 8일 그간 진행한 ‘모수개혁’ 대신 ‘구조개혁’에 집중하겠다며 논의 방향을 선회했다. 구조개혁이라는 ‘큰 틀’을 바꿔야 한다는데는 전문가들도 동의하지만, 이번 방향 전환을 두고는 국회가 연금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모두 당 차원의 연금개혁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의 논의 결과에만 바라보다, 갑자기 구조개혁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연금개혁의 밑그림조차 당에서 제시하지 않은 채 민간자문위에서 합의된 안이 나오기만을 기대했다”며 “그간 민간자문위원들이 모수개혁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다가 이제서야 구조개혁을 선행한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7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모두 포괄하는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반년이 넘게 지나도록 구조개혁은커녕 모수개혁에 대한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집중했고 장기적인 협의가 필요한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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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구조개혁 논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민간자문위에서 완성된 모수개혁 권고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를 중단하면 연금개혁 방향 자체가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을 하지 않고도 구조개혁을 통해 연금개혁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모수개혁 내용이 가장 결론 내기 어려운 논의인데 그것을 국회에서 회피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면 개혁 동력을 잃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구조개혁 논의를 들고나온 것도 문제다.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란 것을 알면서도 국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구조개혁 부분을 추진했어도 시간과 역량이 부족할 판인데 연금특위에서 앞서 방향을 정했으면서도 갑자기 선회한 것은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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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문위 측에 여러 연금제도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요청했고, 그 내용이 보고서에 충실히 담겨 있다”며 “보험료율 15% 인상 내용은 전체 100페이지에 달하는 초안 중 불과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에 관심이 집중되긴 했지만 연금특위와 민간자문위가 다른 연금제도 논의도 진행했다는 의미다.

민간자문위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여론이 ‘보험료율 15% 인상’에 주목하게 만든 책임이 자문위에 있다며 “자문위가 사실 정치인들이 움직일 수 있게 여지를 만들어주지 못한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구조개혁을 먼저 하겠다고 밝히면서 애초 오는 4월로 예정됐던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과 연계되는 다른 연금제도 개혁 일정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연금특위는 일단 이달 말까지 민간자문위의 보고서를 받기로 했다. 연금특위가 이 보고서를 토대로 개혁안을 마련할지, 개혁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내야 한다. 석재은 교수는 “과거에 연금개혁을 미룬 것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 가중했음을 (이번 5차 재정추계에서) 확인했음에도 또 다시 논의가 흐지부지돼 때를 놓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모수개혁은 각각의 연금 안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가입자가 납부하고 받는 액수 등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조개혁은 이보다 큰 틀에서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까지 포함한 연금제도 간의 기능을 조정하고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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