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잔혹한 내전 피하려다 대지진에 희생
튀르키예 새 정착지 잔해 속에서 발견
바브 알하와 국경, 구호품 대신 시신만
튀르키예 새 정착지 잔해 속에서 발견
바브 알하와 국경, 구호품 대신 시신만
[바브 알하와=AP/뉴시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경과 교차하는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주 바브 알하와 국경에서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파괴적인 대지진으로 숨진 시리아 난민들을 유족들이 건네 받아 수습하고 있다. 2023.02.09.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내전을 피해 이웃 튀르키예로 피신했다 대지진에 희생된 시리아 난민들이 결국 주검이 돼 고국 품에 안기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일 오전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을 덮친 규모 7.8 강진과 규모 4.0 이상의 125차례 여진이 할퀸 상처는 가히 파괴적이었다. 이미 확인된 사망자 수만 양쪽에서 1만5000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이 중엔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도 있었다. 내전을 피해 이웃 국가에 몸을 의지했던 이들이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출발한 것이 시아파-수니파 종파 갈등과 주변 아랍국과 서방 개입, 더 나아가 미국(반군)과 러시아(정부군)의 대리전 양상까지 띄면서 12년째 유혈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며칠 동안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서부 지역에 인도주의 구호품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주검이 된 희생자들 뿐이었다.
튀르키예에서 어린 친척의 시신을 기다리는 한 시리아 남성은 "우리는 이들이 가족들에게 묻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텐드 캠프에 살고 있다는 그는 "시리아에서 죽지 않았던 이들이 튀르키예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탄했다. 이 어린 소녀는 튀르키예 집 잔해에서 발견됐다. 소녀의 부모와 남동생은 아직도 잔해 밑에 깔려 있다.
시신 가방과 파란색 방수포, 또는 담요에 싸인 희생자들은 밴에 실려 고국으로 돌아왔다. 종이 쪼가리에 아무렇게나 휘갈려 쓴 이름은 그들을 맞기 위해 기다리는 유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내전 중 공습과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피신했던 이들은 한 때 튀르키예의 안전한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안전했던 새 집은 이번 주 붕괴됐고 그들은 그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유엔이 유일하게 승인한 인도주의 통로인 '바브 알하와' 국경 지역을 통해 송환됐다.
지난 7일 85명이 이렇게 다시 고국의 품에 안겼고, 8일 수십 명이 뒤따랐다. CNN에 따르면 지금까지 3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여전히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기간 동안 거의 400만 명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웃 국가 튀르키예로 피신했다. 요르단, 레바논, 유럽까지 합하면 수백만 명에 달한다.
아직 튀르키예 당국은 희생자들의 국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엔 자료에 따르면 튀르키예에 약 36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고 있고 이 중 수십만 명은 지진 진앙지 인근 가지안테프주(州)에 살고 있다고 한다.
바브 알하와 미디어 사무소는 "지금까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튀르키예에서 숨을 거둔 우리 국민의 시신을 받아 그들이 고향에 다시 묻힐 수 있도록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 희생자를 송환한다는 소식에 유족들은 바브 알하와로 몰려들어 혹한 속에 밤을 지샜다. 한 무리의 남성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승합차가 멈추자 우르르 몰려가 자신의 가족인지 확인했다.
국경통제소 근무자가 한 고인의 이름을 부르자 군중 속의 한 남성은 다른 남성을 재촉했다. "가서 네 여동생 시신을 확인해." 그러나 다른 남성은 "차마 확인할 수 없다"며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이 남성은 "내 마음 속에 있는 여동생에 대한 얼굴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함께 왔던 남성이 신원을 확인했다.
이미 차게 굳어버린 시신을 받으러 온 시리아의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마지막 안식처로 옮기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