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해 4월 30일 오후 연등 행렬이 서울 동대문에서 출발해 종로를 지나 조계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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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이 나날이 줄어드는 세태에도 누군가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는다. 속세에서 누리던 자유를 버리고 산속에서 단체생활을 자처하는 이유가 뭘까? 해인사승가대학에서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인(학생) 스님들이 꼽은 이유는 바로 ‘행복’이다. 이달 출간된 ‘집 떠나 사는 즐거움’에서 해인사 학인 스님 36명은 저마다 짧은 글로 출가자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책에는 고생담이 가득하다. 학인 스님들은 행자 생활을 하다가 사미계를 받은 이후에도 4년 동안 승가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서야 정식 스님이 되는 구족계를 받는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대방’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군대 못잖게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몰래 산문을 나섰다가 벌을 받고 눈물이 날 때까지 절하기도 한다.
집 떠나 사는 즐거움·해인사 승가대학 지음·불광출판사 발행·272쪽·1만8,000원 |
그럼에도 스님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을 얻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번뇌를 끊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일이다. 책에서 스님들은 배가 고파서 초코파이를 얻어먹으려고 법당에 갔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다가, 20대에 희망퇴직을 당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출가를 결심한다. 그 모든 세속적 기쁨과 고통에서 벗어날 때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한 스님은 “도대체 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라고 묻고 스스로 “무념한 자리에 둬야 한다”고 답한다. ‘무너지고 변하는 것들에 관한 생각 이전의 자리, 따로 필요한 게 없는 자리가 바로 무념의 자리’라고 설명한다. 다시는 무상한 것들에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기르려고 출가했다고 강조한다. 출가자에게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닐 터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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