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노동 핵심의제 ‘파견’ 논의 시작한 경사노위…노동계 우려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발족 및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9일 학계 전문가 기구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노동시장 약자들의 권익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연구회의 결론이 파견 허용업종 확대 등으로 흐르면 노동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첫 회의를 열었다.

연구회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근로기준 현대화’ 2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에서 논의된 내용은 전원회의가 조율한다. 전원회의 좌장은 이철수 서울대 교수와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위원장은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가,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위원장은 조용만 건국대 교수가 맡았다.

두 분과는 노동시장 양극화 관련 의제를 나눠 논의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는 최근 급증하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를 포괄할 법·제도 마련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불분명한 탓에 불공정계약 등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다고 연구회는 봤다.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과 ‘파견제도 개편’에 중점을 뒀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노동시간, 수당 등 특정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는 단계적 적용을 전제한 이유를 “다만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 비용 부담과 근로자 보호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견제도를 두고는 “산업구조가 다변화되고 경영 효율화가 요구되면서 파견법이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며 “도급과 파견의 구별이 법원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현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발족 및 킥오프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동계는 연구회의 파견제도 개편 방안이 허용업종 확대나 규제 완화 등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견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인데 이를 확대하면 노동 불평등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파견 업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걱정이 더 크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불평등한 구조에 놓인 노동자의 대상을 더 늘린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이중구조 개선은커녕 노동자들 격차를 더 벌릴 수밖에 없다”며 “파견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처우를 같은 조건으로 보상하는 걸 기본으로 전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파견 허용 여부의 불확실성을 논의한다지만 결국 확실한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해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며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에 대해서 판단기준을 마련한다는 것도 현재 웬만하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는 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연구회 전원회의 좌장을 맡은 김 상임위원은 “오랫동안 파견 관련 연구를 해 온 교수들이 연구회에 포진해 있다”며 “노동부의 입장과 상관없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9일 발족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전원회의 좌장을 맡은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사노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사노위가 주요 정책 논의를 자꾸 노사 당사자 참여 없는 학계 전문가만의 ‘자문회’나 ‘연구회’에게 맡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사노위는 지난 8일에도 학계 전문가 기구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을 발족했다. 한 대변인은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를 당사자들 없이 논의하는 것은 전문가를 들러리로 세우는 형식적 면피일 뿐”이라고 했다.

김 상임위원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협의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경사노위는 항상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회는 약 5개월간 논의를 거쳐 올 상반기 중 연구회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