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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기사들을 사업자로 규정하는 게 합당하냐"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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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잘 안 나오는 대정부질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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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정부질문'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 등을 상대로 질의를 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각료들에게 질문과 지적을 해가며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뉴스에 등장하는 대정부질문 장면들은 '민주주의의 장'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습니다. 말꼬리 잡기식 다툼과 호통 경연대회를 하나 싶을 정도의 고성 공방에서는 정쟁 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지만, 내용을 꽉꽉 채워 넣은 품격 있는 질의들보다 눈길 끄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말초적인 말싸움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에 소개할 공정거래위원장과 한 야당 의원 사이에 오간 질의가 그랬습니다. 주제는 공정거래위의 화물연대 제재 조치였습니다.

왜 언급됐나?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유지해 달라며 파업을 벌인 지난해 말,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보고 제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화물차 기사들은 각자 화물차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자 사장이니, 이들이 소속된 화물연대는 '사업자 단체'라는 논리를 편 것입니다. 공정위는 '사업자 단체'인 화물연대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화물차 기사들의 운송 업무를 방해한 것은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차 기사들은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자영업자'처럼 보이지만, 노동 조건의 많은 부분이 사업주들에게 달려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업자이지만, 급여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화물차 기사,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이렇게 사업자와 노동자의 중간적 형태를 띤 직업군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기업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공정위가 '특고'로 분류되는 화물차 기사들을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소속된 화물연대를 제재하고 나선 겁니다.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자적 성격과 화물연대의 노동조합적 성격을 사실상 부정하는 조치를 내린 건데,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종료 뒤에도 제재 조치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이러한 조치를 최종 결정한 한기정 위원장에게 그 배경에 대해 질의했고, 한 위원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용우 의원 :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사업자 단체로 판단한 근거는 화물연대 구성원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고 직접 또는 위탁을 받아서 화물 운송 사업을 하는 사업자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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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의원은 화물차 기사들이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가 된 것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도 성장기 한국의 화물차 기사들은 상당수가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였지만,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며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형태만 '사장님'이고 실질은 '노동자'로 외주화 되었다는 겁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제거한 채 화물 기사들을 무작정 사업자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고, 한 위원장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용우 의원 : 화물연대 구성원이 사업자가 된 것은 기업에 고용되었던 운송 노동자가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독립 자영업자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독립 자영업자를 노동자냐 사업자냐 판단한 근거는 뭡니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구성원 대부분이 직접 또는 위탁을 받아서 화물 운송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의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걸음 더



결국 한 위원장은 대정부질의에서 '어찌 됐든 표면적으로 화물 기사들 대부분은 현재 화물 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다'라는 법 형식적 논리를 반복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이용우 의원은 화물차 기사에겐 사실상 노동자적 성격이 있다고 판결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반박했습니다.
이용우 의원 : 2021년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노동자성을 보는 기준은 업무의 지시, 위탁, 평가의 문제 직접적 지휘관계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럴 경우 대법원의 판례는 '운송 계약의 운임이 결정되고 업무 지시 감독이 있기 때문에 지입 차주(화물차 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알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또 1890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반 독점법인 <셔먼법>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사업자 활동'으로 규정하고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다시 <클레이튼법>이 제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노동자성을 가진 단체에 시장의 경쟁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이미 100여 년 전에 있었고,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이용우 의원 : 위원장님, 1914년 클레이튼 법을 아십니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알고 있습니다.

이용우 의원 : 요지가 무엇입니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일정한 요건 하에 노조 활동에 대해서 경쟁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용우 의원 : 최초의 반독점법인 셔먼법이 노조의 활동에 대해서 사업자성을 다툴까 봐 하는 걸 보완하기 위해서 경쟁법을 배제한다는 게 클레이턴 법이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예 맞습니다.

이용우 의원 :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이 2021년에 사업자 단체의 집단휴업 행위에 대해서 공정위가 제재한 바에 대해서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알고 계시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 그 판결을 알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대법원조차 '화물 기사에 노동자성이 있다'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상황이므로, 공정위가 화물 기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제재 조치를 내린 건 법적으로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고 여기 대해 한 위원장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한 겁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고성이 오가지도 않았고, 시선을 잡아끄는 말싸움은 없었지만 이 의원과 한 위원장의 질문과 답변에서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 노동시장의 중요 이슈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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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진 기자(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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