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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끈한 주주환원'에 주가 화답···자사주 소각 벌써 작년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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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소각 공시'에 6% 뛰어

신한·KB 총주주환원율 30% 넘겨

현대차 3000억 소각 발표후 4%↑

적극적인 배당·소각에 주가 껑충

반도체 한파 삼성 특별배당 안할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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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 바람이 거센 가운데 올 들어 자사주 소각을 밝힌 기업만 9곳, 금액으로는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크래프톤을 비롯해 강력한 주주 친화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을 밝힌 기업들은 주가가 급등하며 주주환원책에 화답했다. 연초부터 호실적뿐 아니라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를 받아온 금융지주들도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통해 총주주 환원율을 30% 선 위로 올리며 ‘저평가 상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약 5년 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식 소각 결정 공시를 낸 국내 증시 상장사는 8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곳 더 늘어난 것이다. 소각 금액은 1조 191억 원으로 전년(3404억 원) 대비 199% 증가했다. ‘감자 결정’ 등 공시는 포함되지 않았다.

크래프톤도 전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일부 소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올해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고 2024~2025년 취득한 수량 중 최소 60% 이상을 소각할 예정이다. 주주 환원은 전년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투자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40% 한도 내에서 시행된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이 올해 28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올해 발표된 자사주 소각 금액은 총 1조 2991억 원인 셈이다.

주가도 껑충 뛰었다. 크래프톤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만 1400원(6.31%) 오른 19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데다가 파격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하며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창출능력도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예상 잉여현금흐름은 6939억 원으로 올해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 예정이므로 2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도 총주주 환원율을 높이고 있다.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이날 밝힌 신한금융지주의 총주주 환원율은 30%로 집계됐다. 직전 해(26%)에 비해 4%포인트 늘었다. 총주주 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과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 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KB금융지주도 전날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즉시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총주주 환원율이 33%에 달해 전년 대비 7%포인트 늘었다. BNK금융지주도 당기순이익의 2% 수준인 16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 환원율이 전년 대비 2%포인트 올라 27%에 달한다. BNK금융은 향후 주주 환원율에 대해 최대 50%까지 상향을 추진한다.

3000억 원이 넘는 자사주를 태운 현대차의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4.22%, 10.00% 상승했다. 현대차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발행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315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2022년 기말 배당금도 전년보다 50% 증가한 주당 6000원으로 책정했다. 중간 배당액(1000원)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대인 주당 7000원이다. 기아도 다음날 향후 5년간 연간 5000억 원씩, 최대 2조 5000억 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자사주 매입분의 50%는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말 배당금도 전년 대비 16.7% 상향한 3500원으로 책정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주주 환원 정책은 눈에 띄게 개선되며 실적 발표 당일 동사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며 “기아는 업종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값 받기를 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큰 장에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기업들이 ‘소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하며 기업이 주가 부양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실제로 투자 시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기업을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주식시장은 그간의 기대와 불안이 실체화되는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테마 측면에서는 주주환원 관련주 등 완충 역할을 제공하는 종목군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 환원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특별배당을 시행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소비 위축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둔화가 예상돼 특별배당에 현금을 쓸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8~2020년 3년간 잉여현금흐름에서 정규 배당 28조 9000억 원을 제외한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환원하기로 했던 약속에 따라 주당 1578원(총 10조 7000억 원)의 1회성 특별배당을 지급한 바 있다. 3년간의 잉여현금흐름 50% 내에서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이를 추가로 환원하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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