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에 방수 기능을 넣는 데도 PFAS가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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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이날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지난달 23일 제출한 PFAS 금지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5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금지안이 통과되면) 유럽 최대의 화학물질 규제가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PFAS를 줄이고 인체에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카르트 라위트 네덜란드 공중보건청 선임정책고문은 이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규제에 따른 비용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PFAS는 열과 부식에 강해 반도체, 배터리, 항공기, 자동차, 섬유, 의료장비, 식품 포장재, 화장품, 프라이팬, 카펫, 방수 의류 등 광범위한 제품에 사용된다. 그러나 ‘영원한 화학물질’ ‘좀비 화학물질’로 불릴 정도로 자연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데다 암 유발, 호르몬 교란, 면역체계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사용이 제한되는 추세다.
2021년 미 노터데임대 연구팀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마스카라와 파운데이션 등 화장품 230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PFAS가 다량 검출됐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백악관은 2021년 10월 성명을 내고 “심각한 유해물질인 PFAS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도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PFAS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미국 3M은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PFAS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U가 PFAS 금지안을 승인할 경우 관련 기업들은 18개월에서 최대 12년의 유예기간 동안 PFAS를 대체할 물질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체물질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불소중합체를 생산하는 케무어스의 고기능 재료 부문 대표 데니스 디그넘은 파이낸셜타임스에 “PFAS가 없으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PFAS 없이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를 운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PFAS를 사용하는 14개 기업들의 모임인 FPP4EU는 PFAS 사용이 제한될 경우 일상용품 생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일부 제품에 대해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CHA가 금지안을 검토하는 데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지안이 ECHA 심사를 통과하고 EU 집행위원회 및 회원국들의 승인까지 거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금지안이 발효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6년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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