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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국내 외환시장 빗장 풀린다…'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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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외화자금 변동성, 시장 현상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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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국내 외환시장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장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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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70년간 걸어 잠갔던 외환시장의 빗장을 푼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하기로 하면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외환시장 개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필요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국내 외환시장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인가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허용 △외환시장 개장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 △선진수준 시장 인프라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공론화 과정,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시장은 금융산업과 국가 경제 전반의 사안이자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우리나라 무역 규모나 자본시장의 성취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외환시장은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 2008년에 머물러 있다.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국내 시장에서만 원화 거래가 가능한 폐쇄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저해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봤다. 현재는 국내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거래 시간도 제한적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와 위험 관리 노력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거시건전성과 대외안정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시장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으로 시장 참가자와 거래량이 늘면 환율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도 정부의 외환시장 선진화 조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의 해결책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 시 우리나라에 17조8000억 원~6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2월 선진국지수 편입 시 440억 달러의 자금순유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시차에 관계없이 외국인도 한국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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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시차에 관계없이 외국인도 한국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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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효과에 대한 의문과 걱정의 시각이 있다. 외국 금융기관이 당국의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외환 수요 흡수 효과가 낮을 수 있으며 외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 자유토론에서 "이번 구조 개선방안은 진일보한 방안이긴 하지만 외환시장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이미 100%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며 "인가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을 만들어도 본격적으로 현물환 수요로 흡수될지는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내년 7월 이후 구조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라며 "열어놨는데 외국 금융기관들이 들어오지 않고, 시장 유동성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원·달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해야 야간시간대 현물환시장 호가가 경쟁력을 가져 NDF 시장 참여 고객들도 유입될 수 있고, 시장 쏠림이 나타날 때도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변동성을 완화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외환시장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져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되며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 금융기관의 놀이터가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얕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얕으니까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팔을 묶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외환 시장의 질적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을 깊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고 시장의 성숙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외화자금의 변동성이 심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환율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자체를 시장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거래량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좀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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