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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경원이 김기현 손을 잡은 '두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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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만나 "총선 승리 위해 역할하겠다"

①범친윤 울타리…정치 메인스트림 유지

②지지 한듯 안 한듯…정국변화에도 대응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인 나경원은 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의 만남에서 '총선 역할론'을 거론했다. 이날 만남은 여당 전당대회 유력 주자였던 인물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과의 회동이었다.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전대 레이스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정치인 나경원.

그는 전대 불출마 선언 2주 만에 다시 전대의 흐름을 바꿔놓는 주체가 됐다. 본인이 주인공은 아니고 누군가의 정치적 이득을 안겨주는 보조자의 위치다. 정치인 나경원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다. 그는 최근까지 정치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집단 린치'에 가까운 폭력을 경험했다. 정치적인 굴욕감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게 인간의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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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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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나경원은 굴곡이 있었지만 한 번도 보수정당의 메인 스트림 자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의 길은 보수정당 관점에서 양지였다. 하지만 전대 불출마 과정에서 타의에 의해 양지에서 광야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은 굴욕을 기억하며 때를 기다린다. 방법은 격정적인 전투가 될 수도 있고, 조용하되 강력한 역공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담금질의 시간. 그 시간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아니 몇십년이 흐르기도 한다.

정치인 나경원의 행보는 이러한 정치 문법과 어긋나 있다. 그의 선택을 분석하려면 총선 역할론을 거론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 나경원은 정치 경력 20년을 헤아리는 인물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당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했다. 정치 메커니즘에 대해 모를 리 없다.

1월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기 말을 뒤집으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2월 7일 김기현 의원과의 만남에서 그가 꺼낸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다. 다른 하나는 '총선 역할론'이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은 당위에 가깝다. 국민의힘 인사 누구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총선 역할론은 정치인 나경원이 논란을 무릅쓰고 김기현 의원과 손을 잡은 보다 직접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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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잊힌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세상을 호령하던 정치 거물도 잊힌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야인으로 돌아간다. 정치인 나경원은 잊힌 존재로의 시간이 이어지는 것을 차단했다.

자기에게 집단 공격을 가했던 김기현 의원 쪽의 손을 들어주는 행보를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 나경원은 범친윤(친윤석열) 울타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정치인의 길 가운데 광야보다는 온실을 택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정치인 나경원의 그동안 행보를 되짚어볼 때는 보다 익숙한 선택이다.

정치인 나경원이 전대가 끝날 때까지 침묵을 이어간다면 본의와 무관하게 반윤 정치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은 물론이고 2027년 대선 구상에도 어려움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정치인 나경원에게 한 번 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내년에 국회의원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정치적인 위상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정치인 나경원에게 내년 총선은 중요하다. 정치인 나경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대부분 국회의원으로 지냈다. 공백은 길어야 4년이다. 4년을 넘어 8년의 공백은 경험한 적도 없고 상상하기도 어렵다. 내년 제22대 총선에서 공백을 4년으로 끊으려면 선결 과제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길이다. 정치인 나경원은 단 한 번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정치인 나경원이 김기현 의원을 만나 언론 앞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표정과 메시지를 절제했다는 점이다. 보름 만에 말을 바꾼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의식되는 부분이었겠지만,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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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치적인 해석이 나왔지만, 팩트는 정치인 나경원이 김기현 의원을 만나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치인 나경원의 메시지는 절제돼 있다. 정치인 나경원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 또 애당심 그리고 충심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정치인 나경원이 김기현 의원을 만났지만, 전대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김기현 후보 당선'을 위해 애쓸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자기의 뜻이 안철수 후보 지지는 아니라는 것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인 목적은 달성되기 때문이다. '안티 윤석열', '안티 김기현'은 아니라는 뜻을 전하면서도 정치적인 운신의 폭을 넓히는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민의힘이 새로운 대표를 뽑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게 될 정국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석이다. 정치적으로 보다 영리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김기현 의원 손을 잡은 행위의 정치적인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전대 불출마 선언 당시 "전대에서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밝힌 뒤 2주 만에 다른 얘기를 한 것은 정치지도자 나경원의 미래에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정치 스토리는 따뜻한 온실보다는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에서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감동을 느낀다. 따뜻한 온실에서 자란 정치인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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