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강대강 대치' 이태원참사 분향소, 해법은 없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가족, 서울광장 분향소 기습 설치 나흘째

"근처에 있어야 vs 설치 싫다" 엇갈린 시민 반응

서울시, 자진 철거 요구 '계고장'…시한 1주일 연장

"맞붙으면 본질 벗어나…탈정치적 ‘제3 대안’ 필요"

[이데일리 김범준 황병서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한 추모 분향소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들은 분향소 운영을 요구하지만, 서울시는 강제 철거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예고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장기 대치 국면으로 이어지기 전에 서로 대화와 이해를 통한 소통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오가며 조문을 하거나 인근 쉼터에 앉아서 분향소를 지켜보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광장 분향소 나흘째…엇갈린 시민 반응

분향소 설치 나흘째인 7일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100m 인근에 경찰 약 10여명이 배치된 가운데 일부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천막을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분향소 맞은 편에 마련된 계단식 쉼터에 앉아 애도하듯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60대 원선희씨는 “남편 조카의 아들이 희생자여서 아침부터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며 “공개된 희생자 얼굴이라도 보고 조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이중재씨는 “이렇게 시민들이 오다가다 언제든 들를 수 있게 추모공간을 마련해 놔야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분향소 철거를 요구했다. 한 여성이 분향소 앞에서 “서울시민인데 분향소 설치 싫다”고 외치자 한 남성이 이를 말리며 말다툼이 벌어져 경찰들이 제지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 70대 노인은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도 운영 못 하고 이게 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시청분향소 지킬 것” vs “무단 설치물 철거”

서울광장 분향소는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사고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추모 행진을 하던 중 기습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불법 시설물이라면서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전달했다. 유족협의회가 반발하자 시한을 연기해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이날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오는 15일까지로 일주일간 행정집행을 미루겠다”며 “녹사평역 외에 유가족들이 선호하는 추모 장소를 주말까지 제안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유족 측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이상 직접 소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데일리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를 두고 설치를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마찰을 빚으면서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한 대응은 강한 반발 낳아…서로 이해하는 대화 필요”

전문가들은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로 만나 요구 사항과 오해 등을 하나씩 짚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소통 실패로 1년이 넘도록 진행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과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 사례를 비춰볼 때 ‘법과 원칙’보다 ‘위로와 소통’이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칫 보수 대 진보의 정치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따른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적 죽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때로는 과하게 느껴지더라도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요청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족과 서울시가 지금과 같이 ‘강대강’으로 나가게 되면 (고인을 추모하고자 하는) 본질에서 서로 벗어나게 되므로 탈정치화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녹사평역 지하보다 유족들이 원하는 지상으로 접근성이 용이하고 상징성을 갖는 장소에 추모공원을 만드는 해결적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