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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목 찔려 죽은 피범벅 현장서…우즈벡 청년 살인 혐의 벗겨준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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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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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해주세요!” 지난달 7일 오후 11시쯤, 경기 용인시의 한 주택가 편의점.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A(26)가 피범벅이 된 채 외쳤다. 2018년 한국에 와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그였다. 지난해부터 A의 집엔 한국으로 유학을 온 이종사촌 B(27)가 함께 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의 집에서 피범벅이 된 채 숨져있는 B를 발견했다. B는 목에 상처를 입고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가 B와 같은 흉기로 목을 1번 찔렸고, 몸에 혈흔이 발견됐다는 점 등을 들어 A가 B와 다투는 과정에서 B를 살해했다고 봤다. A가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B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믿지 않았다. A는 살인 혐의가 적용돼 지난달 18일 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의문에 빠졌다. A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데다가, 사건 직후 도움을 요청하러 편의점으로 뛰어가는 등 일반적인 살인 피의자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변사자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사망자의 목 자창(찔린 상처) 근처에 여러 주저흔(망설인 흔적이 있는 상처)이 있다’고 한 점 역시 의문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 주저흔은 주로 자해할 때 발견되는 상처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건의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재수사 결과, 검찰은 B가 자살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추가 감정 결과 B씨의 목에 난 상처 4개의 깊이가 같고, 상처가 일정 부위에 몰려있는 점을 들어 B가 스스로 흉기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타살의 경우) 상처의 깊이가 달라진다”며 “서로 싸우다가 찌르면 한 곳을 집중해서 찌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흔감정 결과 사건 당시 A의 신체와 옷에선 B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의 시신을 부검했던 부검의 역시 검찰 조사에서 “목을 과다하게 찔러 사망하는 사례는 정신과적 문제가 많은 변사자인 경우가 많다”며 B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B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정신 상태가 악화했고, A와 자주 다투는 등 관계가 나빠지면서 B가 A를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봤다. 이후 A가 도망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2일 A씨 구속을 취소하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A는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자기 변호를 하지 못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는 별도의 변호인 없이 통역인만 대동한 채 경찰 수사를 받았고, 영장실질심사 당시에도 변호인 의견서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재수사로 A는 16일 만에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 풀려나게 됐지만, 경동맥 손상으로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상태로 전해졌다. 검찰은 A를 범죄 피해자로 보고 한 달 50만원, 최대 3개월의 생계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손성배·이찬규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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