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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취재파일] "'오늘의집' 믿고 계약했는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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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무면허 업체 인테리어 시공 피해…중개 플랫폼 책임은?

재작년 여름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 '오늘의집'을 통해 리모델링 업체와 계약을 맺은 김 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했습니다. 3천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1년 7월. 약속된 공사 기간은 한 달이었지만, 1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어린 자녀와 함께 외풍이 드는 거실에서 두 번의 겨울을 나야 했습니다.


▲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통해 리모델링 공사한 이후 김 씨의 자택 거실 상태. 창틀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 마감재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김 씨 역시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김 씨는 여러 앱 중에서도 '오늘의집'을 가장 신뢰했습니다. 올라와 있는 시공 사진은 화려하고 그럴듯했습니다. 김 씨는 모두 10군데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그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이후 업체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공사는 자꾸만 지연됐고, 하자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자녀 통학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집을 비울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다시 집에 들어갔지만, 하자투성이인 집을 볼 때마다 속상함은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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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원 들여 계약했는데 '무면허 업체'…아직도 공사 마무리 안 돼



김 씨가 3천만 원을 들여 계약한 업체는 사실상 무면허 업체였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실내건축공사업종 면허가 없으면 1,500만 원 이상의 실내 건축 공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김 씨는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인테리어 날림 공사는 대략 이런 패턴입니다. 사실상 시공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일감을 받고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일당 인부를 데려와서 일을 시키고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 식입니다. 일단 공사는 했으니 고객에겐 배 째라는 태도인 겁니다. 김 씨는 더 이상 해당 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오늘의집> 측에 무면허 업체가 아닌 정식 면허 업체를 통한 공사 마무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의집>도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늘의집> 측은 고객과 입점 업체 간 분쟁이 발생하면 직접 해당 분쟁에 개입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상황을 중재한다면서, 해당 업체가 하자 보수 및 공사를 완수하겠다는 '이행확약서'를 대신 받아 고객에게 제공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해당 업체 역시 현재는 퇴출한 상황이라면서 주기적으로 업체의 면허 지속 여부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날림 공사로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김 씨에게 해당 무면허 업체를 통한 해결을 고집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을 겁니다. 양측은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중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막막한 인테리어…난무하는 무면허 업체



대부분 인테리어를 평생 처음 접하는 피해자들은 인테리어 시장에 무면허 업체가 난립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막막한 인테리어 시공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은 플랫폼을 신뢰했다가 피해를 겪은 사람은 김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지난해 9~11월 인테리어 서비스 판매 실태 조사를 진행했더니 10곳 중 6곳이 무면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면허 보유 여부와 견적 정보를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앞서 김 씨는 국토부와 공정위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 즉 플랫폼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건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현행법으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중개 플랫폼에 뚜렷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결국 지금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알아서' 무면허 업체를 피해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각종 수수료 얻은 수익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개 플랫폼들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비슷한 피해가 이어지면 결국 등을 돌리는 소비자는 김 씨뿐만이 아닐 겁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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