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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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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도 덮친 ‘권고사직’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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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발 고용한파 상륙

네이버·카카오도 채용·서비스 축소

헤럴드경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 IT기업에 다니던 30대 직장인 A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A씨는 “처음엔 복지 혜택을 야금야금 줄이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결국은 회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했다”며 “대기 발령 신세가 되니 눈치가 보여 제 발로 나오게 됐지만 이게 정리해고가 아니고 뭐냐”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 ‘억대 연봉’ 인상 릴레이 열풍이 불었던 IT업계에 올들어 ‘고용 한파’가 불어 닥쳤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감축 ‘칼바람’이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중소 IT기업은 물론 대기업 조차 인력 감원을 고심 중이거나, 이미 들어간 상태다.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국내에 이어 해외 법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비개발직책을 중심으로 북미법인 엔씨웨스트의 인력 20% 가량을 감축했다. 이와 더불어 제프리 앤더슨 엔씨웨스트 최고경영자(CEO)도 사임했다. 엔씨소프트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도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정리하며 해당 사업실 팀원 70여명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권고사직(희망퇴직)을 제안한 바 있다.

체질 개선 ‘칼바람’은 비단 엔씨소프트에만 불어닥친 것이 아니다.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도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착수했고, 크래프톤은 오는 3월부터 조직장의 연봉을 동결했다.

국내 IT 빅테크의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주력 서비스 외의 부수 기능 지원을 종료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카카오는 정기구독 플랫폼 ‘구독온(ON)’ 서비스를 지난 16일 종료했고, 네이버도 영화 제공 웹사이트 ‘네이버 영화’ 서비스를 오는 3월까지만 운영한다. IT업체들마다 지난해 거액을 지급했던 성과급 규모도 크게 낮췄다.

중소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쿠키런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접으며 직원 30여 명을 인사 조치했다. 모바일게임업체 엔픽셀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일부 인력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복지 혜택도 축소했다.

이들 기업이 취하는 표면상 형식은 체질개선을 위한 조직개편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정리해고에 가깝다. 팀, 사업부 등을 없애고 소속 인원을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지만 이들이 모두 새 업무에 적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직무로 전환 배치될 시에는 ‘떠밀리듯’ 퇴사를 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IT업계의 고용 한파가 국내에도 결국 상륙했다고 보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대규모 인력 감원에 나서고 있다. 비교적 상황이 낫다는 IBM도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39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IT업계 호황을 주도했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억대 연봉 인상 릴레이 열풍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늘어난 인건비가 수익성에 부담이 된 가운데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닥치며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IT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재택근무 폐지 등 복지혜택 축소가 구조조정 ‘신호탄’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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