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이성희씨가 난방비 폭등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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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가 얼어 죽지 않을 만큼 온도를 맞춰도 기름값 부담이 워낙 큽니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만난 이성희(66)씨의 하소연이다. 이씨는 올겨울 난방비 폭탄을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난방유(등유) 비용이 지난해의 2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씨는 “유가 상승으로 농업용 면세유(등유) 가격이 지난해 리터당 750원~850원에서 올겨울엔 1500원~1600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재작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체 난방비로 850만원을 썼는데 올겨울은 1월까지만 19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씨 비닐하우스 안에는 농업용 대형 난방기 2대가 설치돼 있었다. 따뜻하게 달군 공기를 비닐 파이프에 밀어 넣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설비다. 이 기계로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 방울토마토를 출하할 때까지 비닐하우스 6개 동(3600㎡) 온도를 영상 13도~15도로 맞춘다.
이씨는 “아직 겨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폭등한 난방비 때문에 무조건 적자가 예상된다”며 “비닐값과 인건비도 올라 비닐하우스 1동을 짓는 비용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농업인들이 힘겹게 겨울을 버티고 있다. 유가에다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난방기와 양수기·전기식 펌프를 사용하는 시설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온종일 난방이 필요한 시설재배 작물 농가와 화훼 농가, 양식업, 축산업까지 피해 분야도 확산하고 있다.
청주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최종찬(61)씨는 난방비 부담에 일찌감치 농장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그는 100m짜리 비닐하우스 9동, 70m짜리 5동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작은 비닐하우스 5동(70m)에만 딸기를 심었다.
최씨는 “등유는 농업용 면세유라도 리터당 경감 금액이 120원~130원 정도라 비용 절감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규모를 줄였어도 12월~1월 난방비가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 규모를 줄인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한파 때는 15분~20분 간격으로 돌아가던 난방기가 5분마다 작동했는데 기계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덧붙였다.
난방 방식을 전기시설로 교체한 화훼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화훼 농가 1700여 곳 중 70%가 전기를 이용해 온실을 난방한다.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박인수(66)씨는 “정부가 친환경을 이유로 난방유 대신 전기식 난방을 권장해 수천만 원을 주고 설비를 교체한 농가가 많다”며 “농업용 전기료가 지난해 2차례나 올랐는데 지난해 1월엔 700만원이던 게 올해는 1030만원 정도 부과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가의 에너지 비용을 덜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시설원예 농가(법인)를 대상으로 유가연동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10~12월 난방용으로 구입한 면세유에 대해 리터당 최대 130원을 지원한다. 충남 논산시는 15억을 들여 시설원예 농업인을 대상으로 ‘난방비 차액 지원 사업’에 나섰다. 1~4월 신청자가 쓴 난방비를 월별·유종에 따라 단가를 확정한 뒤 일부 금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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