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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뜨거운 무임승차 공방...해외에서는? 소득·연령 따라 할인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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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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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기획재정부에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 보전을 거듭 촉구하면서 노인 무임승차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노인 ‘표심’에 눈치보던 정치권도 무임승차 제도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65세 이상이면 일괄적으로 무상 승차 혜택을 주던 ‘한국형 무임승차제도’에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6일 대한교통학회 등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노인의 소득 수준과 이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 할인 혜택이 다르다. 다만 전면 무료보다는 일부 할인하고 나머지는 자부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출퇴근 혼잡 시간대는 할인 혜택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는 62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의 월 정기권을 50% 할인해준다. 단 월소득 296만 미만의 65세 이상 퇴직자, 장애인·재향군인에게는 월 정기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영국 런던에서는 60세 이상이면 버스·트램·지하철 탑승이 무료다. 다만 주중에는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9시 이후부터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일본 도쿄는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할인제도를 운영하는데,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주민세를 납부하는 70세 이상은 1년에 2만510엔(약 20만원) 가량을 납부하면 ‘실버패스’를 발급 받아 버스·지하철(도쿄도 교통국 운영)을 연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주민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 고령자는 1000엔 (약 1만원)만 내면 실버패스가 제공된다.

비용 부담 방식도 제각각이다. 프랑스는 지방정부 예산과 일드프랑스라는 별도의 광역교통조합이 마련한 재원으로 교통 할인 비용을 부담한다. 영국 런던은 지방정부가 주로 할인 비용을 부담하되 중앙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지방정부 재원으로 교통 할인 제도를 운영한다. 할인 제도에 대한 운영 근거도 ‘도쿄도 실버패스 조례’에 있다.

한국처럼 65세 이상에게 일괄적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주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국형 무임승차 제도는 갈 수록 지하철 운영기관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1980년대 전체 인구의 4% 수준이었던 65세 이상 인구는 17% 수준까지 늘어났다. 서울교통공사 측에 따르면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은 2021년 기준 2784억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대구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 2571억원 가운데 84%(2159억원)가 65세 이상 승객에 의한 무임승차 손실분이다.

서울시는 국고 지원을 통한 손실 보전과 노인 연령 상향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도 지하철 무상이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령 개정없이 지자체 자체 판단으로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기로 했다.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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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개선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 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와) 무임승차의 연령을 올리는 문제라든지,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하는 데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을 보전·지원하는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하철은 지방공기업이 운영하는 지자체 고유 사무인만큼 지하철 요금 체계와 손실보전 모두 지자체가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임승차 손실보전)은 재정 원칙에 관한 문제로 현행법상 지방 공기업에 대한 운영은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돼 있다”며 “지역과 지역을 넘어서는 국가 철도망에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지만, 특정지역에서 부담해온 지역 무임승차 부담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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