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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산업수도 명장] "은퇴까지 잠재력 개발할 것" 현대중 김수만 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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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아이디어 제안왕 올라…한국신지식인, 울산시 명장에도 선정

퇴직 후에도 현장 누벼…"배관·용접 공부해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김수만 현대중공업 기감
[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40대 중반에 도전했던 국가배관기능장 시험에서 합격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현대중공업 대형엔진시운전2부에서 근무하는 김수만 기감은 한국신지식인, 울산시 명장 등에 선정된 인물로, 지난해 근로자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41년 회사 생활에서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1천200여 건 제안해 연간 3억2천여만원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30여 년 전, 회사가 핀란드와 덴마크 업체 등과 기술 제휴하면서 대형엔진 도면만 받고, 관련 배관 조립 기술을 이전받을 수 없었을 때는 직접 컨트롤 에어·프레스(Control AIR & PRESS) 배관 조립 표준서와 검사 체크 시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김 기감은 1979년 청주공업고등학교 배관용접과에 입학하면서 기술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는 우리나라 기술자들, 특히 용접사, 배관사들이 중동으로 파견돼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던 시기였기 때문에 김 기감 역시 해외 근무의 꿈을 꾸며 공부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배관·용접 기능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국가적으로 중동 파견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김 기감은 병역 특례를 인정받는 현대엔진공업(현 현대중공업)에 취업했다.

취업 전 실습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달성한 그는 직장 생활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아 일본 연수 기회를 얻는다.

김 기감은 "당시 80년 된 일본 엔진 회사의 창업자 손자가 공채로 입사해 선반 장비를 담당하는 생산기술직으로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며 "우리 정서와 다른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일본 연수에서 영감을 받은 김 기감은 회사에 돌아와 생산 품질 향상 아이디어 제안을 시작했다.

1997년에는 김 기감의 아이디어 중 총 476건이 채택돼 엔진사업본부 제안왕을 차지했고, 2011년에도 422건이 받아들여졌다.

이 중 김 기감이 성과로 꼽는 것은 다용도 밴더기를 개발한 것이다.

당시 배관 직경마다 1개 밴더기, 즉 구부리는 장비를 써야 해서 효율이 높지 않았다.

특히, 밴더기 각도가 정확하지 않아 눈대중으로 맞춰야 해서 품질에도 영향이 있었다.

김 기감은 지그(jig)라는 가공 기구를 이용해 1개 벤더기로 직경이 다른 배관 3개를 모두 구부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핀을 달아서 각도를 표기에 더 정밀하게 배관을 구부릴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 벤더기를 이용하면서 당장 생산효율이 높아지고, 불량이 줄어들자, 동료들은 서로 이 벤더기를 사용하고 싶어했다.

김 기감은 이 공로로 대표이사로부터 제안상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김수만 현대중공업 기감
[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제안을 하면서 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본 김 기감은 계속 기술을 향상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지만, 배관기능사 1급이나 국가기능장에 도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회사 배려로 현중기술대학 기전과에 입학해 야간 공부를 시작했고, 국가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점은행제를 활용하면 전문학사, 공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사내 홍보물을 보고 욕심이 생겼다.

그는 2006년 배관기능장에 도전했고, 46세 나이에 한 번에 붙었다.

김 기감은 "국가배관기능장 합격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김 기감은 이듬해 용접기능장에도 합격했다.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학점은행제 기계공학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특허 출원 2건, 실용신안 출원 1건 등 성과도 냈다.

특허 중에선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끄는 리어카에 배관 장치를 이용한 제동 장치를 달아 안전을 확보한 것도 있어 의미를 더한다.

김 기감의 꿈은 마지막까지 배관과 용접 분야를 공부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사실 그는 지난해 정년퇴직했으나, 1년 단기 계약으로 다시 현장에서 일하는 중이다.

김 기감은 6일 "누구나 잠재력이 있고, 그 잠재력은 공부를 통해 발현된다"며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잠재력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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