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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거칠어지는 푸틴 입… 美, 러시아 접경국들에 "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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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및 발트 3국에 "안보 지켜줄 것" 다짐

푸틴 "서방 위협에 전차 이상의 것으로 대응"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해 극심한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북유럽 및 동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이 “우리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 다짐했다.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탱크)를 제공키로 한 서방 국가들의 발표 후 극도로 거칠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폭탄에 맞서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년 8월∼1943년 2월) 승전 80주년을 맞아 당시 희생된 장병들의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볼고그라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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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4개국 국가안보보좌관들과 만났다. 백악관은 이들 4개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설리번 보좌관의 대화 상대방(counterparts)”이라고만 표현했으며 이름과 정확한 직책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발트해에 면해 흔히 ‘발트 3국’으로 통하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그리고 폴란드는 모두 과거에 러시아(및 소련)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지금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거나 무척 가까워 안보 불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러시아와 대항하는 최전방에 있다는 의미에서 ‘나토의 동부전선(eastern flank)’으로 불리곤 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들에게 “나토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킨다는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가중되는 위협에 맞서 나토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회원국 상호 간의 군사적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같이했다.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개시 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경제적·군사적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하며 ”러시아의 계속되는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변함없는 지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를 빈틈없이 이행함으로써 러시아에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백악관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미국, 독일, 영국 등이 일제히 자국 육군의 주력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한 뒤 푸틴의 언사가 예사롭지 않자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날 푸틴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승전 80주년을 맞아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행한 기념 연설에서 서방을 맹비난하며 또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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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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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8월 시작해 이듬해인 1943년 2월 끝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당시 소련 국가원수(이오시프 스탈린)의 이름을 따 지은 도시를 빼앗으려는 독일군의 공격에 맞서 소련군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감수하고 도시를 지켜낸 전투다. 그때까지 독일이 우세했던 2차대전 판도를 소련 등 연합국 쪽에 유리하게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틴은 연설에서 “독일 전차가 (2차대전에 이어)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의 대응은 전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차 이상의 것을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차 이상의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에 관해 크레믈궁 대변인은 “서방이 새로운 무기를 제공했으니 러시아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다시 ‘핵무기 사용’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푸틴, 그리고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강조해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려 한다’는 비난을 사곤 했다. 다만 미국,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까지 전쟁에 동원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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