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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경심 범행 주도, 조국은 가담”…자녀 입시비리 法 판단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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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주요 혐의 판단 근거

자녀 입시비리 1건 빼고 모두 유죄

“딸 부산대 장학금, 뇌물 아니지만

김영란법 위반” 600만원 추징 명령

“정경심 주식 인지했다 볼 수 없어”

“감찰 무마, 靑 특감반 권한 방해”

금융위 상대 직권남용은 인정 안 해

與 “사법부 증거로 선고”… 野는 침묵

“피고인은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수년간 반복 범행으로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또 민정수석으로서의 직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인사들의 구명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시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는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에 대해 주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같이 질타했다. 다만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해선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범행을 주도했으며 조 전 장관은 배우자로서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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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입시비리 사실상 전부 유죄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비리와 관련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가 아내인 정 전 교수와 함께 아들의 가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제출함으로써 아들이 다니던 한영외고의 출결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아들이 조지워싱턴대로 진학한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도와 담당교수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다만 아들의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 당시 정 전 교수가 최강욱 의원 명의 법무법인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조 전 장관이 이를 인식했는지는 명확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 전 교수만 유죄로 판단했다.

딸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와 관련한 조 전 장관의 위조공문서 행사,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선 직무 대가성이 부족해 뇌물은 아니라고 봤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원장이 조 전 장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 전 장관 임명 후 장학금을 지급했고, 조 전 장관이 딸의 생활비를 부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돈은 조 전 장관이 직접 수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원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스스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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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무마 유죄… 사모펀드 관련 무죄

조 전 장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함께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한 감찰을 중단한 것이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특별감찰반 직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봤다. 감찰과 관련한 조 전 장관의 지휘·감독권 행사는 그 위법·부당의 정도에 비춰 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조 전 장관이 당시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감찰 등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권한을 남용해 금융위 관계자에게 ‘유재수를 징계나 감찰 없이 단순 인사 조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금융위의 징계권 등 권리행사가 방해된 결과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취임 당시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정 전 교수의 주식 차명 취득 사실과 2차 전지업체 WFM의 실물주권 취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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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은 이날 실형이 선고되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피고인석에 함께 있던 정 전 교수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2019년 법무장관 지명 당시 검찰, 언론, 보수 야당은 내가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며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해선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도 관련 혐의에 대해 거의 모두 무죄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오자 출입구 근처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은 “조국은 무죄다”, “조국 수호”, “힘내라 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초동선 “조국 수호” 광화문선 “조국 구속”… 3년 전 대한민국을 둘로 갈랐던 ‘조국 사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반년가량 앞둔 2019년 9월,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을 둘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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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5일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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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전쟁터였다. 조국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 법사위원들은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횡령 의혹 등을 검증하기 위해 조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와 자녀를 직접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증인 합의부터 불발되며 인사청문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조 전 장관은 민주당 도움을 받아 국회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직접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사회도 반으로 나뉘었다.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자녀 표창장 위조, 논문 1저자 등재 등 ‘스펙 품앗이’를 한 조 전 장관 부부를 두고 ‘조국 캐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또 조 전 장관이 기득권을 비판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썼던 글들을 묶어 ‘조만대장경’이라는 풍자도 나왔다. 반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검사 등 기득권이 개혁을 막으려 무차별적 수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반포대로는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진보 단체가, 광화문 앞은 ‘조국 구속’을 외치는 보수 단체의 집회가 매주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청문회 당일 압수수색이 시작되며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재임 35일 만, 후보자 지명 66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퇴 의사를 표하며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지만, 그의 지명을 두고 ‘국론 분열의 불쏘시개’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듬해 총선에서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완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잇따른 장외투쟁 등으로 대안 없는 정당 평가를 받으며 103석에 그쳤다. 총선 승리로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조국 사태’는 두고두고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조 전 장관 옹호를 그만두는 등 ‘조국의 강’을 건너자는 의원들에게 ‘좌표 찍기’가 횡행하며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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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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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가 엄격한 증거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에는 진실과 팩트가 제일 중요한 것이지 무슨 주장이나 진영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아깝다”며 “조 전 장관은 오늘의 결과를 부디 엄중히 받아들이고 먼저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종민·김현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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