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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의용, 검찰 조사서 문 대통령 보고 함구···검찰 논리 정면 반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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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전 실장 “대통령 보고는 국가안보사항”

북송 관련 보고 여부 검찰에 구체적 진술 안해

검찰, 불구속 기소로 수사 마무리할 듯

경향신문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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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한 의혹을 받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북송 사건을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정 전 실장을 조사하면서 북송 사건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북송 결정을 누가 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청와내 내부 시스템에 탑재된 국가안보실 생산 문서들을 정 전 실장에게 제시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은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언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보고했는지는 국가안보 사항’이라며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았다. 정 전 실장은 이같은 내용을 외부로 알리는 게 북한을 이롭게하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은 대신 “(북송에 대해)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사람은 안보실장”, “안보실과 국정원 등 관계기관 보고를 받고 내가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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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북한 주민(탈북 어민)은 곧 한국 국민’이라는 검찰 주장을 중점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북송 조치를 위법하다고 보는 핵심 논리가 바로 탈북 어민도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보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은 헌정질서나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볼 때 북한 주민을 모든 분야에서 획일적으로 한국 국민으로 여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은 검찰 논리대로라면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러 온 북한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하고, 이들이 다시 북한에 가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 어선은 나포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북한 어선은 나포한 뒤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북한 주민을 합동신문 조사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국민에 대해선 위법한 조치이지만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위법한 조치로 다뤄오지 않은 것을 봐도 검찰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은 해당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이라 국내에 들여오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추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어민 북송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조사를 조기 종료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합동신문조사 기간과 관련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절차를 빨리 진행한 것이 범죄는 아니라는 취지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 전 실장이 고령(77세)인 점, 북송 사건이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인 김형연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 흉악범 추방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판단됨에도 정 전 실장은 검찰 소환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1년여 전 동일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번복해 기소하려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는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 북송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지난해 7월 북한인권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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