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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헤럴드포럼] 가상자산, 법인 투자의 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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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블록체인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신뢰를 담보하고, 개방적인 경제·사회 생태계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기반임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서 절대적 기능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은 잠시 머물다 사라질 대상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루나 사태, FTX 파산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가상자산시장에 사기적 행태가 난무하고 있어 과연 가상자산이 투자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병존한다.




사회적 효용가치가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의 발굴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상자산의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려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발행 규제, 업 규제, 공시 규제, 불공정거래 규제 등 제반 규제의 틀이 조속히 확립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자 관련 ‘중요 정보(material information)’가 적시에 투명하게 공시되고, 이를 통해 ‘가격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시장은 불특정 다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합리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장이어야 한다. 다만 공개된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가 부재한 시장이라면 공시된 정보는 합리적 가격발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소멸될 뿐이다.

개인투자자보다 정보력과 분석력이 우월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확대와 자산가격의 일시적 변화가 아닌 본질가치에 근거한 장기 투자의 확대는 본질가치와 관련된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고, 그 결과 무정보거래와 잡음거래의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의 결과다. 그럼에도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정보력과 분석력이 우월한 법인 및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 이는 법인의 자금세탁 가능성 및 가상자산시장 리스크가 전통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에 기인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인투자는 주요국에서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사모펀드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1년 기준 미국 기관투자자의 33%, 유럽 기관투자자의 56%가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기차기업 테슬라, 모바일결제회사 블록 등 일반기업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법인투자 비중은 84%에 이른다 . 개인투자자가 100%에 가까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법인투자 비중이 큰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검증되고 시가총액이 높은 가상자산의 거래 비중이 64%에 달하는 것은 법인투자의 시그널 효과에 기인한 긍정적인 부수효과로 판단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 ‘Future of Asset 2022’ 보고서는 2026년 한국의 ‘가상자산시장 규모는 1000조원 수준’이고, ‘고용 기회는 4만명’ ‘경제적 생산가치는 5조원’으로 예측한다.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큰 블록체인산업을 사회적 효용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건전하게 육성·발전하려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가상자산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강화되고, 다양한 목적 기반의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도록 전문투자자의 건전한 참여가 필요하다. 법인투자의 부작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 또한 이해되지 못함은 아니나 이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을 넘어 시장이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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