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22%는 제2금융권 대출
절반은 10%대 고금리…부담에 서둘러 갚는중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 성동구에서 생활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범식씨(43)는 최근 들어 잠을 뒤척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은행 직원과 통화한 뒤부터 자나깨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우리은행에서 빌린 3%대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대출'의 금리는 올해 초부터 6%대로 단숨에 두 배가 됐다. 기업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은 더 막막했다. 최근 통화한 은행 직원으로부터 "3%대였던 금리가 8%대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친지에게 급하게 손을 빌려 대출을 갚기로 했지만 김씨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 매출도 안 나오는데 대출 이자만 치솟으니 정말 피가 마른다"며 "은행이 아닌 곳에서 '급전'을 당긴 다른 사장들도 있던데 걱정만 하다 하루가 지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출 금리까지 오르며 빚이라는 올가미는 자영업자들의 목을 더 죄어오고 있다. 정부 보증과 은행에 기대보지만 팍팍한 경기에 손님들은 발길을 줄이고 있어 이내 급전이 필요해지는 악순환만 지속될 뿐이다.
다섯 중 하나는 제2금융권 이용…절반은 10%대 고금리
2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2022 보증 이용 소상공인 금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부 대출을 이용한 소상공인 사업체 3101곳 중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들은 22.8%로 집계됐다. 다섯명 중 한 명꼴로 제2금융권을 찾아간 셈이다. 이들 중 연 12%가 넘는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비율은 43%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비율이 10%대 이율로 대출을 받았다. 2금융권에서 6% 이하 금리로 돈을 빌린 이들은 23%가량에 그쳤다.
자영업자 100명 중 7명(6.9%)이 최근 1년간 원금 상환과 이자 연체를 했다고 대답했다. 연체 이유(중복응답)로는 '이자 또는 원금 상환 부담 상승'(57.7%)을 '매출 감소'(62.7%)만큼 많이 꼽았다. '자금 융통 차질'(23.9%)도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매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추월했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는 6%에 육박했다. 작년 12월 5.76%로 가계대출(5.6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인상 폭도 가팔랐다. 1년 전보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39%포인트, 가계대출은 1.94%포인트가 올랐다.
"우선 갚자"…급한 불부터 끄는 자영업자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2일 기준)은 지난해 내내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299조7215억원에서 지난해 9월 315조2679억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310조3896억원으로 약 넉 달 만에 5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예비자금을 마련해뒀는데 금리가 지난해 4분기 급등하면서 부담을 느껴 상환부터 하는 것 같다"라며 "향후 추가 정책자금을 이용하려면 중복 수혜가 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고, 추가 신규대출은커녕 이자 부담도 급증하니 급한 불부터 끄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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