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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이재명 관련 대북 송금 의혹, '소설'이라 뭉갤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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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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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이재명 방북 위해 300만 달러 북측에 건네” 진술





쌍방울 모른다 발언도 무색, 투쟁 접고 진상 규명 협조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방북을 위해 북측에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안에는 조선아태평화위 김영철 위원장에게 식량 협력사업 등을 거론하며 방북 초청을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후 전달된 문건에서 방북 초청 요청이 삭제됐지만, 6개월 뒤 공문 형태로 다시 초청 요청이 북측에 전달됐다고 한다.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대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검찰에서 이 대표 방북을 위해 북측에 300만 달러를 추가로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쌍방울의 북한 접촉 배경에 이 대표의 경기도가 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과 뒷돈 거래를 한 것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주최한 남북 교류 행사 등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이호남과 접촉했다. 이호남은 ‘총풍’ ‘북풍’ 논란 등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남북의 정치 지형을 뒤흔든 사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찰이 사건 전말을 명백히 밝혀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소설’이라 눙치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측 인사까지 참여한 ‘한국 기업 간담회’에 갔을 때 이 대표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영 당시 경기부지시가 전화를 바꿔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인지했느냐는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규명돼야 한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당초 설명과 다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는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었다. 이후 인터뷰에선 “누군가 술자리에서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를 모른다던 김 전 회장이 진술을 바꾼 데 이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이태형 변호사도 이 대표에게 전화해 김 전 회장을 바꿔줬다는 관계자 진술이 나왔다고 한다. 서로의 모친상에 측근들이 조문한 정황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상세한 사실 해명이 필요하다.

이번 대북 송금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가 수사받는 사안은 지방선거나 대선과 관련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과 무관치 않은 공통점이 있다. 대선주자를 지낸 이 대표 스스로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번 주말 장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시·도당에 ‘총동원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여론전으로 진실 규명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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