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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비즈톡톡] 설탕 만드는 회사?...CJ제일제당 “제당 안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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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사명 고수 방침을 확실히 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유업을 떼려는 매일유업, 제과를 떼려는 롯데제과와 한데 묶이며 ‘제당’ 제외 의심을 사왔습니다. 업(業)의 확장에도 사명은 ‘제당(설탕 제조)’이라는 하나의 업이자 과거에 머문 탓인데, 회사는 결국 “변경 없다”로 가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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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K푸드플러스(K-Food+) 수출 확대 추진본부’ 출범식에서 만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은 “사명 변경 논의는 현재 중단됐다”면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사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임 부사장의 ‘사명 변경 논의 중단’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CJ제일제당 사명 변경의 주요 근거가 ‘글로벌에 맞지 않다’였는데, 임 사장은 ‘K푸드 수출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정부 선언 격의 자리에서 사명 고수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논의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제당을 풀이하면 ‘설탕 제조’인데 195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우리도 설탕을 만들자”며 부산 도심에 세운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라는 이름이 70년 넘게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김치와 만두를 해외에도 파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이란 현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바이오 사업까지 진출, 가공식품과 바이오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죠. 설탕 비중은 유지, 전분 등 식품 소재를 다해도 10%대입니다.

일부 언론에선 세계적인 종합식품회사가 된 CJ제일제당이 영어 회사명을 ‘CJ CheilJedang’이라고 쓰니 외국인들도 갸우뚱하는 모양이라며 “‘제당’을 떼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주주총회서 제당 제외를 확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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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를 고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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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사 측은 CJ제일제당이란 사명이 가진 상징성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설탕 사업은 그룹의 모태라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CJ제일제당을 포함하는 CJ그룹에서 알파벳 C와 J가 상징하는 바가 바로 Cheil과 Jedang의 첫 알파벳입니다.

특히 CJ그룹은 한때 제일제당을 CJ로 완전히 대체했다가 다시 꺼내기도 했습니다. CJ그룹 이전에 제일제당그룹이었고, 이를 2002년 CJ로 바꿨는데 5년 만인 2007년 CJ를 지주회사와 식품·바이오 사업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사업 자회사에 제일제당을 다시 넣었습니다.

당시 사업 자회사는 이미 설탕 외 가공식품과 제약, 바이오를 업으로 했지만 그룹명에 제일제당을 더한 CJ제일제당으로 냈습니다. 당시 CJ 측은 여러 이름을 두고 고심했지만, 제일제당이 소비자 조사에서 호감도(55.7%)와 선호도(36%)에서 압도적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사의 사명 변경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제품 포장부터 하나하나 모두 다 바꿔야 하는 일”이라면서 “돈은 돈대로 들고 자칫 잘못하면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 고심 끝에 결국은 접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롯데푸드와 합병, 시니어푸드와 건강기능식품으로 확장을 예정한 롯데제과가 일단은 롯데제과라는 사명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같은 이유로 매일유업은 우유와의 거리 두기를 미래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정하고도 유업을 바로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꾼 hy는 2년여 시간에도 여전히 괄호 속에 한국야쿠르트라는 이름이 따라붙습니다. 2021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며 사명에서 커피를 뗀 커피 전문점 할리스 역시 계속 커피 전문점으로 불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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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로고가 새겨진 LA레이커스 유니폼. /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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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사명 변경은 업의 확장보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의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치킨 브랜드 KFC가 건강 선호 속 ‘기름에 튀긴’이라는 의미를 지우기 위해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을 현재의 KFC로 바꾼 게 대표적입니다.

2019년 도너츠를 뺀 던킨 역시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식음료 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름에 튀겨지고 설탕이 들어간 도넛을 외면했고, 이미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도넛이 아닌 커피 등 음료에서 거뒀던 던킨도너츠는 던킨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고메’ 등 개별 브랜드도 갖췄죠. 그룹 모태라는 상징을 버리지 않더라도, 시장이 개별 브랜드를 인식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죠. 가령 CJ제일제당은 비비고라는 브랜드명으로 미국 농구팀인 LA레이커스를 후원합니다.

CJ제일제당 측은 “사명 변경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중단됐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실무 차원에서의 ‘검토’가 ‘추진’이라는 이름으로 부풀려졌다는 설명입니다. 사명 제일제당이 영원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CJ제일제당의 사명 변경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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