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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찾아요" TV에도 나온 사연…'이것' 덕분에 58년만에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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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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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경찰서에서 열린 장기실종자 가족 상봉식에 참석한 오빠 장택훈(왼쪽 두번째부터), 실종 여동생인 장경인, 장희란 씨, 언니 장희재 씨가 58년만에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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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모양이 비슷해요."

지난 31일 서울 동작경찰서. 58년만에 여동생 2명과 재회한 장택훈씨(67)가 이같이 말했다. 관계 당국의 협업 끝에 장씨 4남매가 재회하게 됐다. 기억도 이름도 달라졌지만 이들은 서로를 보자마자 가족임을 알아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큰언니 희재씨와 셋째 희란씨는 이날 서로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재씨는 "희란이냐? 내가 기다렸잖아"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희란씨는 "언니, 오빠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리에 힘이 풀리고 기절하는 것 같았다"며 "이렇게 언니, 오빠를 만난 게 너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택훈씨는 막내 경인씨를 보자마자 "어머니랑 얼굴 모양이 비슷하다"며 "얼마나 고생했느냐"며 손을 붙잡았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31일 오후 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장기실종자 4남매 상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큰언니 장희재씨(69), 둘째 오빠 장택훈씨(67)는 58년 전 헤어진 두 여동생 장희란(65)·장경인(63)씨와 재회했다.

희란씨와 경인씨는 1965년 가족들과 생이별했다. 남매가 헤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 기억이 엇갈릴 정도로 오랜 세월이었다.

4남매 중 막내인 경인씨는 "엄마랑 언니(희란씨)랑 전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 손을 놓쳤는데 깨고 보니 엄마가 없고 언니랑 둘만 남았다"고 기억했다. 실종 당시 희란씨, 경인씨의 나이는 각각 열살, 여덟살이었다.

반면 희재씨와 택훈씨는 어머니가 두 여동생을 보육원에 보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택훈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우리 남매를 데리고 살기는 무리였기 때문에 두 여동생을 거기다(보육원에) 임시방편으로 맡겼다"고 밝혔다. 희재씨 역시 "어머니가 둘을 피아노 치는 데 보냈다고 말했는데 그래서 거기서 피아노를 배워서 미국으로 (입양) 갔겠거니 했다"고 회상했다.

가족들과 떨어진 두 여동생은 부모가 준 이름과는 다른 이름으로 살아야했다. 경인씨는 '정인', 희란씨는 '혜정'이란 이름으로 각각 살아야했다. 경인씨는 "저는 엄마를 잃어버렸을 때 이름을 정확히 얘기했던 것 같은데 '경'이 '정'이랑 비슷해서 나중에 달라진 것 같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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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경찰서 2층 회의실. '장기실종자 4남매 상봉식'에 앞서 경찰이 준비한 4개의 꽃다발./사진=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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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씨에 따르면 희란씨는 실종 직후 본인의 이름을 잊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에 본래 이름과 아예 다른 이름으로 58년을 살아야 했다.

가족들과 헤어진 이후 희란씨와 경인씨는 아동보호소에서 생활했다. 이후 다른 시설로 옮겨졌고 만 18세 성인이 된 후부터는 각자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연락을 이어가며 살았다.

4남매는 서로를 찾기 위해 수 차례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실종된 막내인 경인씨는 아버지가 정복을 자주 입었다는 사실만 기억했다. 당연히 군인이겠거니 했다. 이에 경인씨는 국방부에 수 차례 가족을 찾아달라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부모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경인씨는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경인씨의 기억이 전부는 아니었다. 장씨 남매의 아버지는 정복을 입고 근무했지만 군인은 아니었다. 전차를 모는 기사였다. 당시만 해도 전차 기사는 경찰·군인과 같은 정복을 입고 근무했다. 택훈씨는 "아버지가 지금으로 따지면 한국전력(한전)에 근무했다"고 기억했다.

큰언니와 오빠는 방송을 통해 두 여동생을 찾으려 했다. 이들은 1983년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두 동생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또 2005년 8월쯤에는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지만 두 동생과 만나지 못했다.

이랬던 이들이 재회하게 된 건 아동관리보장원(이하 보장원)이 운영하는 '실종아동업무시스템' 덕분이다. 2021년 큰언니 희재씨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서울시내 보육원과 노숙인 쉼터 등에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주민조회자료, 법무부자료, 건강보험자료까지 조회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희재씨의 DNA 정보를 보장원에 보냈다.

이후 지난해 12월 DNA가 유사한 사람을 발견한 보장원이 경찰에 통지했고 2차 대조한 끝에 지난 26일 이 사람이 경인씨란 사실이 밝혀졌다. 경인씨와 연락을 이어왔던 희란씨 역시 이날 상봉식에 참석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만난 이들은 앞으로 남은 여생 자주 왕래하면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큰언니 희재씨는 "내가 올해 칠순인데 앞으로 동생들이랑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재씨는 희란씨에게 가져온 사진 한 장을 건넸다. 희란씨가 다섯 살쯤 찍은 증명사진이었다.

또 경인씨는 "다행히 언니, 오빠가 저희 호적을 살려놨는데 그걸 법률적으로 복원시키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준 동작경찰서장은 "헤어진 가족을 찾게 된 데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헤어진 가족들을 찾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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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만에 가족을 찾은 장희란씨(65)의 과거 사진. 희란씨가 다섯 살 무렵 찍힌 이 사진은 큰언니인 장희재씨(59)가 58년간 소지하고 있었다. 동작경찰서에서 실종자 상봉식이 열린 1월 31일 희재씨는 희란씨에게 이 사진을 건넸다./사진=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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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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