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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감산없다"재확인…삼성전자, 어닝쇼크에도 반도체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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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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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위적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글로벌 불황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급 실적을 냈지만 미래 수요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반도체 업황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이때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영향력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4646억원, 영업이익 4조3061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7%, 68.5% 감소했다.

2022년 연간 매출은 전년도 보다 8.08% 증가한 302조231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연간 매출 3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매출 300조원 달성은 국내 기업사에서도 최초다. 연간 영업익은 43조3766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15.99% 줄었다.


"하반기 업황 반등에 감산없다" 재확인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부진이 할퀸 상처가 컸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97% 감소했다. 2012년 이래 최저 수준의 분기 영업익이다.

스마트폰과 IT(정보기술)제품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재고량이 증가했다. 고객사가 재고조정에 나서면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ASP(평균판매가격)가 전분기 대비 각각 30%초반, 20%후반 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당초 시장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이미 감산을 발표한데다, DS부문 4분기 영업이익이 간신히 적자를 면하면서 삼성전자도 인위적 감산으로 기조를 바꿀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감산'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김 부사장은 "당장에 시황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불황기에 더 적극적 투자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왔던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시황에 따른) 의미 있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여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진행되는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적 감산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김 부사장은 또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투자 규모에서 연구개발 항목 비중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곧 출하량은 줄어든다는 의미"라면서 "차세대 제품으로 넘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기조는 중장기 수요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다. 당분간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더라도 하반기 기점으로 시황이 반등할 것이란 예측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5G(5세대)이동통신,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이 모두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 부사장은 "모바일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전년도에 비해 10%, 10% 후반 수준으로 채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서버의 경우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채용률이 증가해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합친 올해 메모리반도체 평균 채용 성장률이 전년도 대비 20% 가량 증가하는 한편, DDR5 전환이 동시에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언급한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과 AMD가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업황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 예상해왔다. D램 시장에서 서버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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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LSI 사업부는 4분기 전반적 실적은 하락했지만, 모바일 SoC(시스템온칩)사업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대만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하며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나노 이하 선단공정 역시 로드맵대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기봉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3나노 1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공정은 현재 안정화된 수율로 양산 중"이라며 "2세대 공정도 2024년 예정대로 양산할 예정으로, 다수의 모바일, HPC(고성능컴퓨팅) 고객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키지 기술력 강화를 위해 AVP(어드밴스드 패키지)팀을 신설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디스플레이 최고 영업이익·가전 적자 전환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이다.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이익이다.

모바일 중심의 프리미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대형 사업부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을 종료한 것이 주효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전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4분기 실적은 매출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 640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사업부(DX)와 생활가전 모두 수익성이 하락했다.

특히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는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1분기 이후 7년만에 적자전환했다.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TV와 생활가전 소비를 줄인 것이 타격을 줬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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