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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숭어 떼 몰아주는 큰돌고래와 어부 '협업'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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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돌고래와 투망 어부의 협업 어로 장면 (사진=Fabio G. Daura-Jorge, Departamento de Ecologia e Zoologia, Universidade Federal de Santa Catarina, Florianopolis SC, Brazil 제공, 연합뉴스)

브라질 남동부 라구나강 어귀에서는 매년 여름 어부들이 큰돌고래가 몰아주는 숭어(mullet) 떼를 그물을 던져 잡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인간과 돌고래 두 포식 종 간의 희귀한 협업인 셈인데, 어부는 큰돌고래가 숭어 떼를 몰아준 덕에 더 많은 물고기를 잡지만 큰돌고래는 어떤 이득이 있길래 도우미로 나선 것일까?

적어도 140년 이상 어부와 큰돌고래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유지돼온 이 협업 어로에 대해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해양포유류 연구소' 부교수 모리시오 칸토르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15년에 걸친 연구 끝에 답을 내놓았습니다.

오리건주립대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첨단장비를 동원해 큰돌고래가 어부 쪽으로 숭어 떼를 몰아주고, 어부가 그물을 던질 때 방향을 잃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숭어나 그물 안의 숭어를 쉽게 낚아채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연방대학 생물학 교수 파비오 다우라-조르즈 박사 주도로 2007년부터 라구나강 어귀에 서식하는 50여마리의 큰돌고래를 체계적으로 관찰했습니다.

이후 2017년부터는 드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중 음파탐지기 등을 동원해 어부와 큰돌고래 간의 협업 어로를 공중과 물속에서도 들여다봤습니다.

추정대로 어부는 큰돌고래가 숭어 떼를 투망 거리로 몰아온 뒤 깊이 다이빙하는 신호에 맞춰 그물을 던졌으며, 이때 숭어를 잡는 성공률은 86%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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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촬영된 큰돌고래와 투망 어부의 협업 어로 장면 (사진=Cantor et, al. PNAS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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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돌고래의 신호는 어부에게 경제적 이득이 돼 아버지에서 아들로 수세대에 걸쳐 전수돼 왔습니다.

연구팀은 수중청음기를 이용해 큰돌고래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내는 반향정위(反響定位) 신호를 측정했는데, 어부가 던진 그물이 물에 닿았을 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부가 숭어 떼를 향해 정확히 그물을 던지면 큰돌고래는 방향을 잃은 숭어에게 달려들거나 그물 안에서 몇 마리를 낚아채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부가 큰돌고래 신호를 놓치거나 숭어 떼를 빗나가면 이런 행동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우라-조르즈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큰돌고래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관해 알고 있으며, 어부의 투망 행위를 사냥에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어부와 협업을 하는 큰돌고래가 성체로 생존할 가능성이 13% 더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 큰돌고래는 어부와 공유하는 어장에 머무르지만 그렇지 않은 돌고래는 더 넓은 수역을 돌아다니다 불법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연구팀은 예측 모델을 통해 어부와 큰돌고래의 협업 어로 대상이 돼온 숭어 떼가 줄거나 미래의 어부들이 큰돌고래와의 협업 어로 기술을 배우는데 흥미를 잃게 되면 이런 관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미 협업 어로가 줄어드는 초기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논문 공동저자인 취리히대학의 다미엔 파리네 교수는 이와 관련, "큰돌고래나 어부 어느 한쪽에서 협업 어로를 통해 이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런 희귀한 장면은 더는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구팀은 종간 협업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해 숭어 떼가 줄어드는 원인을 파악해 대처하고, 어부들에게 큰돌고래와의 협업 어로가 갖는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한편 협업을 통해 잡은 물고기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 등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30일자)에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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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망 어부쪽으로 숭어 떼를 모는 큰돌고래 (Mauricio Cantor, Department of Fisheries, Wildlife and Conservation Sciences, Marine Mammal Institute, Oregon State University.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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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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