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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독버섯처럼 퍼진 전세사기, 엄포만으론 근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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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거진 빌라왕 사건에 이어 이번엔 전세대출 사기 사건이 드러났다. 인천경찰청은 지난주 정부의 무주택청년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시중은행 대출금 83억 원을 가로챈 사기조직을 적발해 조치했다고 밝혔다. 총책을 포함해 14명을 구속하고 1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니 조직 규모가 엄청나다. 이들은 무주택청년 전세대출 취급 은행들이 간단한 서류심사만으로 대출을 해주는 점을 파고 들었다. 공인중개사도 범행에 가담해 임차인과 가짜임대인 간 허위 전세계약서 작성을 도왔다.

지난해 10월 빌라 수백 채를 보유한 김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빌라왕 사건은 갭 투자로 판을 키워가는 방식의 사기행각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전세대출 사기 사건은 무주택청년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은행 돈을 빼돌린 범행이다. 저소득의 주거 취약층 청년들이 이런 사기로 입었을 피해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깝게 잡아도 2년여 전부터 전세 시장에서 사기 피해가 부쩍 많아지고 언론에 거듭 보도됐음에도 정부가 대응에 얼른 나서지 않아 피해를 키운 셈이 됐다.

뒤늦게 지난해 가을 이후에야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TF’를 구성했고, 국토건설부는 사기 의심 거래 100여 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집주인의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밖에 주택 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제한, 주택 공매 시 전세보증금 우선 상계 지급, 임차권 등기 절차 간소화 등 전세사기 피해 방지 내지 축소를 위한 각종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아직 어수선한 중구난방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는 전세사기가 근절될 리 없다. 정부가 이런 점을 의식해 금명간 단속, 피해구제, 제도개선을 아우른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쪼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길 바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그제 전세사기 가담 중개사에 대한 무관용 처벌을 강조했지만 공인중개사들의 직업윤리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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