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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중 악재로 '0%대' 성장"…韓경기 살릴 동아줄은 결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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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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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잇달아 나왔다. 민간소비 감소, 투자 위축, 수출 부진 등 '3중 악재'가 심화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 침체는 없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외에는 기댈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다.

29일 정부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은행·경제연구소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 아래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말 정부가 내놓은 1%대 성장 전망(1.6%)조차 민간에서 낙관적이라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3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하는 등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비관적 전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0.4% 감소했다. 3분기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 0.5% 감소했지만 2분기(2.9%)와 3분기(1.7%)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매달 집계하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영향으로 소비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 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9%에서 4분기 2.3%로 쪼그라들었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중 투자를 지난해보다 축소한다는 응답 비율(19.2%)이 확대하겠다는 비율(13.5%)보다 높았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3개월째 마이너스를 보였다. 올 1월 실적도 비관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20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7% 줄고 수입은 9.3% 늘어 무역수지가 102억6300만달러(약 1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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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21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1~20일 수출은 336억 달러, 수입 401억 달러로 무역수지 6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8.8% 감소하고, 수입은 1.9% 늘었다. 수출 감소세가 12월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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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건형·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 성장률과 관련 '코로나 이후 첫 역성장. 저성장 국면 진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대내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수요 유입에 힘입은 고성장세가 마무리됐다"며 "올해 전기대비 평균 0% 초반 성장 속에 연간 성장률은 1%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ING은행도 최근 '2023 경제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0.6%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 때 "한국 경제는 대외 수요가 중요한 요인인데 2023년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이 각각 -0.4%와 -0.7%로 역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다.

씨티는 올해 한국 경제가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노무라는 역성장(-0.6%) 전망을 내놨다.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 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23 세계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경제의 도전'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서 "한국 경제가 상당한 경착륙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고금리발 주택 경기 악화, 민간 비금융권 신용위험 증대가 올해 한국 경제의 주된 난관이고 대외적으로는 선진국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올해 2분기 일정 기간까지 수요 공백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인 수출·소비·투자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올해 한국 성장률은 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종전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1.7%)를 조만간 하향 조정하겠다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로 봤는데 그동안의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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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현안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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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 1.6%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지난해 기저효과,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영향 등으로 하반기에는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증가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대비 0.4% 감소한 사실을 언급하며 "올해 1분기에는 기저효과와 중국경제 활동 재개 등으로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나라 수출을 증가세로 이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저조한 반도체 경기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수출에 있어 관건인데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가) 크게 기대되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 활동 재개가 세계적으로 수요를 끌어올려 원자재 가격을 다시 높이고 수입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이 올해 경기 둔화를 고려해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p) 인상했다.

그러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종전의 '금리인상 기조' 표현을 '긴축'으로 수정하면서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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