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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울 학생인권조례 존폐 논란…“교권침해 주범”vs“과거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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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인권조례 폐지 청구 심의

“조례 통해 민주적 학교 가능” 반대 속

“과도한 학생인권 강조, 교권침해 초래"

경기·충남도서도 폐지 또는 개정 논의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올해로 제정 11년째를 맞이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권침해의 주범”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과 “과거로의 회귀”라며 존치를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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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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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는 조만간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청구심의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보수 종교·학부모단체는 시민 6만4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의회 의석 3분의 2를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어 학생인권조례 폐지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본회의에 관련 안건을 상정, 가결한다면 학생인권조례는 1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당선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대표 공약이었다. 2012년 1월 제정·시행된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성적지향·가족형태·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소지품검사금지·집회자유보장 등이 학생인권조례로 가능해졌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서울·광주·인천·전북·충남·제주 등 7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퇴행”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6일 제8회 학생 인권의날 기념식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잘못됐으며 올바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서울 학생인권조례로 권위주의적이던 학교가 민주적이고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로 바뀌었다는 게 조 교육감의 설명이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학생인권교육센터가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75.7%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호자와 교원은 각각 75.4%, 63.3%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체벌을 1번이라도 경험한 학생 비율은 2015년 22.7%에서 2019년 6.3%로 감소했으며 여학생의 속옷 색깔까지 규제하던 학칙은 모두 개정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보이자 교육·인권단체 등 250개 단체가 모인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출범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조례에 의해 만든 학생인권 보호 기구들이 없어지고,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는 위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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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이유. (표=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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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강조되며 교권 무너져”

반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무너졌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주요 교육현안에 대한 2022 국민 교육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라는 응답이 2188명(54.7%)에 달했다.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2188명 중 937명(42.8%)은 교권침해의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 인권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부작용을 나타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인권조례가 본래의 목적과 달리 일부 학생들에게 악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수업을 방해해도 학교와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앞에 대처를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보수교육감들을 중심으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 청구가 지난해 8월 22일 청구됐다. 다음달 25일까지 1만2016명이 서명한다면 폐지안 주민 발의가 가능하다. 경기도 역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개·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자유를 침해할 때 책임이 뒤따라야 하듯 학생인권조례에도 책임을 명시해 이를 어겼을 때 책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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