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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대재해법 1년]② 노사 모두 안전불감증 여전…안전관리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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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안전관리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교육을 강화하고 법제도 역시 실효성 있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년간 중대재해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전체 사망사고와 사망자 수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수백명의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고 대부분은 '추락위험 방지'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서 일어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과 노동자의 안전불감증 타파를 위한 인식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1년] 글싣는 순서

지난해 중대재해로 256명 사망…법 시행 후 오히려 늘었다

노사 모두 안전불감증 여전…안전관리 구멍 숭숭

안전관리·투자 강화 필요…'반복사고' 발생기업 처벌해야

◆ 부실한 안전관리가 사고 불러…기업 안전보건체계 여전히 미숙

27일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는 총 644명, 사망 사고는 611건에 달한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이나 끼임, 부딪힘 등 3대 사고 유형이 65.3%를 차지했다(그래프 참고).

전체 사망자 644명 중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는 41.6%(268명)였고, 끼임 14.0%(90명), 부딪힘 9.7%(63명) 순이었다.

이들 3대 사고 유형은 재작년과 비교해 9.1%(42명)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사고 유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괜찮겠지',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이 사고로 이어진 안타까운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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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를 낸 업종은 건설업이다. 328건의 사고로 인해 34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으로는 제조업이 지난해 사망사고 163건으로 인해 171명의 노동자가 숨을 거뒀다.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안전 불감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중대재해법을 시행하면 노동자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달리, 기업들은 자신들의 최고경영자(CEO)가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부터 찾았다.

실제로 중견기업 A사는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 한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안전보건만을 담당하는 관리자를 선임했다. 노동당국마저 상당수 기업이 A사처럼 '처벌 피하기'에만 골몰했다고 분석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도 이달 초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입법 취지와 달리 법리적, 집행과정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현장에서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면 좋았겠지만 1년 만에 성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을 했다"며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잘 작동되긴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중대재해 예방하려면…'안전불감' 사고 탈피해야"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선 근로자와 노동자 모두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대재해법이 모호하다는 핑계는 접어두고,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이상 기존 '안전 불감'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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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가 지난 4월 신길역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제공=한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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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현장의 안전보건 규칙은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이미 다 있는 내용"이라며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잘 작동하도록 하게 하라는 법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연 불명확하고 모호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인력도 투입하고 예산도 투입하며 주기적으로 사업장 내 안전을 점검하라는 의미인데, 재계에서 불명확하다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기업의 중대재해 감축 실패의 원인을 단순히 '노동자'에게서 찾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차 사고 비중이 현저히 높지만, 사고는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데다 이를 악용해 단순 노동자 탓을 하는 기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중대재해를) 단순히 노동자의 과실, 현장 과실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라며 "현재 산업 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 등 노동자들의 과실도 많다. 하지만 실제 사고 발생 원인은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를 들어 근로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는 배경에는 근무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은 안전보건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이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대재해법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swimmi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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