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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북한, '호흡기 환자' 증가에도 평양 봉쇄…전염병 증상에 경계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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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다시 평양 봉쇄…코로나19 언급 없이 "독감 및 호흡기 환자 늘어"

원인 규명 전 봉쇄부터…백신 미접종 등 안심 못 해 선제적 대응한 듯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평양 대동강구역종합식당의 방역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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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8개월 만에 다시 수도 평양에 '봉쇄령'을 내렸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차원인데 '방역 위기 해소'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염병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이 전날인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북한 외무성의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0시부터 29일 자정까지 5일간 평양을 봉쇄하는 '특별 조치'를 내렸다.

외무성은 이를 "겨울철에 들어와 돌림감기(독감)을 비롯한 호흡기성 전염병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처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조치"라고 설명하며 상황에 따라 이 조치가 3일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평양에 봉쇄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해 5월12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당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대내외에 공개하고, 전국의 모든 시·군을 전격 봉쇄·격폐하는 고강도 방역조치를 취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 봉쇄령 조치가 코로나19 재확산과 같이 통제가 쉽지 않은 전염병 발병과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봉쇄령 사실도 러시아대사관을 통해 공개됐을 뿐 북한 관영매체들은 일절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외무성의 설명만 봐서는 일단 발열 같은 호흡기성 전염병, 즉 감기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도 평양 봉쇄령까지 내린 것은 북한이 상당히 선제적이고 방어적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의 경우 4월 말부터 코로나19로 의심되는 발열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5월8일 처음으로 확진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후인 5월12일에야 봉쇄 조치를 내렸다. 최종 판단 및 조치 단행까지 나름의 '조사와 판단'을 거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론을 낸 뒤 조치를 취하기보다 우선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듯한 모습이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재빨리 각종 접촉을 차단하면서다.

이는 그만큼 전염병 증상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지 90여 일 만인 8월에 '방역 승리'를 전격 선언했다. 이후 '영내에 코로나19는 없다'라며 방역 역량 키우기에 집중해 왔지만 내부에선 여전히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북한은 정상방역체계로 완화했지만 최근까지도 국제사회의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지 않았다며 전 주민에 대한 검병검진을 진행하고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전'을 진행해왔다.

전 국가적인 백신 접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고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백신 접종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지난해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의료 약품, 의료기기,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중국으로부터 대거 수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반적인 방역과 보건 인프라를 이전에 비해 질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봉쇄령이 단지 내달 8일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관련 행사를 앞두고 사전 정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에도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5주년 기념 열병식 전후로 코로나19가 확산된만큼 올해는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에 앞서 미리 조치를 취했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북한이 전염병 발병에 얼마나 예민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행사장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예민한 대목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은 북한의 방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 봉쇄 조치가 5일간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3일 연장된다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어 북한의 향후 대응에 더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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