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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화로 보는 세상] 함께할 친구와 가족 있다면…‘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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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이투데이

물리학자로 유명한 경희대 김상욱 교수는 죽음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우주에 생명이 있다는 것이 원래 비정상적인 거다. 우주는 죽음의 공간이다. 따라서 살아 있다는 것이 아주 이례적이기 때문에 굳이 안타까워하거나 애달파할 필요가 없다. 죽는다는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 모두 결국 죽어 분해가 되어 원자가 되고 공기 중에 흩어져 날리다 어느 별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보라.’

누구나 한 번쯤 나에게 남은 인생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뭘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평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은 사람이라면 그중에서 선택하면 되겠지만, 마지막이라는 종료 시점이 있기에 더욱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숙고할 것 같다. 나라면 일단 어떠한 연명 치료도 거부하겠다. 여러 사례와 조언을 보더라도 치료를 위해 들이는 수고와 고생, 경제적 부담을 지느니 짧은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여생의 시간을 고려하여 여행계획을 짠다. 평소에 가고 싶은 곳, 꼭 보고 싶은 곳을 엄선하여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눈과 마음에 경치와 풍광을 담고 조용히 지구별을 떠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내가 딛고 살았던 행성의 곳곳을 하나라도 더 보고 만지고서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인간의 나약한 욕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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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세연(염정아)은 시한부 병명을 통보받고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다. 오래된 앨범에서 꺼낸 사진 속의 미소년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터무니없는 여정에 남편 진봉(류승룡)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나선다. 길 위에서 펼쳐지는 부부의 여러 추억과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반추는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신파극 문법에 따르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원래 인생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법이니까. 그래서 반전의 즐거움과 한 줄기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한국 개봉명)와 동명의 제목이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두 영화는 지향점이 비슷하다. 인생에 어떤 파국이 오더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요사이 날씨가 추워서인지 부쩍 부고가 많아졌다. 일주일 전에 함께 회의했던 교수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참 황망하기도 하고 허무했다. 항상 ‘메멘토 모리(살면서 죽음을 생각하라)’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올 한 해가 되어야겠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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