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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런, 이란…‘尹 발언’ 강경대응 후퇴는 없다 [용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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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례없는 신정국가…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

‘핵 위협’ 수십년간 제재…‘히잡시위’로 대내외 고립

韓 동결자금·인권결의안 찬성…‘외부의 적’ 돌파구

2021년 韓선박 나포…호르무즈 해협 정세 우려 고조

野 “尹정부 외교 민낯” 맹공…외교부 “필요시 더 소통”

헤럴드경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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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국회에서 정쟁화되고 있고, 정부는 “UAE 현지에 근무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현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라고 당부하신 말씀”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고리로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공세에 고삐를 쥐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가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하며 강대강 대응으로 맞선 데에는 이란 외무성의 행태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외무성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핵무장 가능성 발언’까지 문제 삼는 등 외교관례상 이례적으로 공세를 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신정국가 이란…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1979년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에서 고위 성직자에게 수여하는 칭호) 호메이니로 대표가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세운 후 이란은 신정일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자를 신 또는 신의 대리인으로 간주하는 신권 정치는 현 이란의 정치 체제에서 기본 원리다.

30년 이상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팀 마셜은 베스트셀러 저서 ‘지리의 힘’에서 “이란 정권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양태 가운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혁명적인 ‘신정국가’일 거라는 점”이라며 “그만큼 신권 정치는 이 나라의 기본 원리이며 스스로 기반이 약화되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고 서술했다.

이란은 히잡 착용 의무화, 여성의 대외 활동 제한, 성소수자 탄압 등 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 아래에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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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이란 대사관 앞에서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단체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의 망명 이란인들이 이란에서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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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이어진 경제제재…‘히잡 시위’ 탄압으로 인권제재까지 ‘사면초가’2002년 이란의 반정부 단체가 테헤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 단지와 중수 처리시설을 짓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란의 석유와 가스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는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각국의 지도자들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맺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의 98%를 포기하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2018년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했고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했다. 이 조치로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우리나라 은행에 개설돼있는 계좌의 70억달러(약 8조3800억원)가량의 원유 수출 대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수십년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제재로 악화된 경제상황에서 2017년부터 크고 작은 시위로 사회적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2019년 겨울을 앞두고 정부의 연료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피의 11월’로 불리는 이 시위를 이란 정부는 유혈 진압했다.

정부에 대한 반발성 시위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란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비과학적인 방역 정책에 SNS를 중심으로 성직자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일종의 밈(다양한 방식으로 복제되는 문화적 현상)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사망한 이후로 이란 전역에서 전례 없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도 유혈로 진압했고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시위를 지지했다. 지난해 11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이란 인권결의안이 채택됐고, 12월에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이란이 제명됐다.

미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란 내 히잡 착용 거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규탄하며 9번째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시위대를 향한 기관총 사격 등을 지시한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과 시위 진압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산하 기관 등을 추가 제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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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당국에 억류됐던 한국 국적의 선박 '한국케미호'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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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적’ 돌파구 찾는 이란…타깃은 대한민국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내부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이란 정부가 외부의 적으로 초점을 돌려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타깃이 대한민국이다.

이란혁명수비대는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총 20명을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동결된 원화자금 문제가 나포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자금 동결이 미국의 제재 때문이지만,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을 의식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한국은 히잡 시위 탄압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9월 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동발언을 했고, 이란 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이란을 제명하는 데에도 찬성했다. 우리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대이란 결의안을 채택하며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한국 정부를 저격하는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했어야 한다”며 정부의 관리부실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해 외교결례 지적이 나왔다. 이란인 5명이 이태원 참사로 사망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히잡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비난하면서 동결자금 문제를 꾸준하게 언급해왔다.

이란의 지리적 ‘무기’ 호르무즈 해협 정세 우려최근 긴장국면이 지속돼온 한-이란 관계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대내외로 곤란한 이란 정부가 빌미로 잡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국에 불만이 있던 이란 정부는 이번 발언에 대한 비판에 이어 동결자금 문제와 윤 대통령의 ‘핵무장 가능성’ 발언을 언급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양국 정부는 상대국 대사를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외교가에서는 사면초가에 놓인 이란이 이번 논란으로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지정학적인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정세 불안이 우려된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우리 국적의 선박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협회는 이 일대를 지나는 선박에 안전을 당부했다.

2021년 우리 선박을 나포한 이란혁명수비대는 신정일치체제를 지탱하는 군사조직이다. 이란 혁명 후 호메이니가 창설, 가장 위압적인 군사 조직으로 올라선 이란혁명수비대는 관련 인사들이 국회와 대기업에 포진하고 있으며, 자체 미디어 기업을 소유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을 ‘왕관에서 터번으로’로 설명한다면, 최근 ‘터번에서 부츠로’라는 말로 혁명수비대의 지위를 설명하기도 한다. 미국이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과 산하 기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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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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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尹정부 외교 민낯 드러나” 공세…외교부 “곤란할 것 없다”이란이 정치적 이유로 비외교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이란 관계가 긴장 국면이었고 중동 정세를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란을 자극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민낯이 드러났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길 잃은 중동외교 좌담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처럼 외교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섬세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일로 복잡한 국제관계에서 ‘적 아니면 친구’라는 이분법만 하는 윤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유를 수입하는 중동외교가 경제와 직결되는 나라”라며 “조속히 풀어내지 않으면 이란과의 우호관계뿐만 아니라 중동외교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은 “곤란할 것 없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UAE 현지에서 근무하는 우리 아크부대 장병들이 현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직시하면서 근무하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그런 뜻은 이란도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만일 필요하다면 소통을 더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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